[칼럼]노블리스 오블리쥬
[칼럼]노블리스 오블리쥬
  • 보령뉴스
  • 승인 2013.02.06 23:14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들은 보통 프랑스를 구한 구국의 소녀,
잔 다르크라는 이름으로 기억하는 영국과 프랑스의 100년 전쟁 당시에 있었던 일이다.
이 전쟁은 대강 우리나라와 왜국의 임진왜란 정도로 생각하면 이해가 좀 쉬울 것이다.
 
침략자인 영국군에 맞서서 병사는 물론 온 시민이 나서서 저항했던 프랑스 도시, 칼레. 하지만 오랜 전쟁동안 피폐해지고, 더이상 수도로부터의 구원조차 바랄 수 없게 된 칼레는 결국 항복을 하게 된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칼레 시에서는 영국왕 에드워드 3세에게 직접 사절단을 파견해 선처를 바라지만, 에드워드 3세는 이들에게 그동안의 반항에 대한 책임을 지라면서 모든 시민의 안전을 보장하는 대신, 6명의 책임자를 골라 교수형에 처할 것이라며 그 6명을 시민들이 직접 선택하라고 전갈을 보냈다...
 
일단 사람들은 마을 광장으로 모이긴 했지만, 다들 웅성거리기만 할 뿐, 아무도 앞으로 나서려고는 하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다...  나서는 순간 죽음이기 때문이다...
 
이때 누군가 사람들을 헤치며 앞으로 나선다.  그의 이름은 '와슈타드 드 생 피에르' 칼레 시에서 가장 부자이며, 저항기간동안 군자금 조달을 맡아왔던 이였다.

그러자 그와 뜻을 같이하며 함께 저항에 참여했었던 시장, 상인, 법률가 등등...
귀족들이 앞으로 나서며 머릿수를 채운다.
 
누구도 사람들에 떠밀려 억지로 나선 것도 아니었고, 힘없고 가난한 서민들을 자신들의 권력과 돈으로 매수하여 앞세우지 않았다. 그들은 그렇게 다음날,
 
시청 앞 광장으로 나서서 교수대에 목이 매달릴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에 대한 교수형은 집행되지 않았다.
 
죽음을 자처한 여섯명이, 모두들 하나같이 긍지높은 귀족들인 것을 알게 된 에드워드 3세의 왕비가, 임신한 몸을 이끌고 왕 앞으로 나아가, 그들에 대한 선처를 호소하였고, 사정을 알게 된 에드워드 3세는 그들의 용기에 감복하여, 즉시 형 집행을 취소하도록 명령하였기 때문이다.....
 
이 목숨까지도 아깝게 여기지 않고 시민을 지키기 위해 나선 진짜 귀족들의 이야기는 역사가에 의해 기록되고, 이때부터 높은 신분에 따른 도덕적 책무, 즉 노블리스 오블리쥬(혹은 오블리제)라는 말이 세상에 퍼져나가며 선진국을 중심으로 성공한 부자들의 사회적 책무를 실천하기 시작했다.

세계 경제를 리더하고 있는 미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지도자나 성공한 기업가들의 실천사례에서 나타났듯이 세계 최고의 부자 빌게이츠는 23조원의 자산을 기부해 빌게이트 재단을 만들어 기아에 허덕이는 아동을 돕고 문맹퇴치에 앞장서고 있다.

뿐만 아니라 투자의 귀재인 웨렌버핏 또한 빌게이츠 재단에 35조원을 기부해 동참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빌게이츠가 자신의 모든 재산을 재단에 기부하기로 결정함으로써 자신이 이제는 전 세계인으로부터 받은 것을 돌려줘야 할 때라며 사회의 도덕적 책무를 다하는 그 정신이야 말로 존경받아 마땅하다.

우리는 이러한 상류층의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모습을 교훈삼아야 한다.

대한민국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1950년 동족 비극의 6.25를 겪으면서 폐허가 되어버린 이땅에 많은 해외 주변국들의 적극적인 원조를 바탕으로 반세기만에 당당히 세계 10대 경제무역대국으로 성장하게 되면서 그 역량으로 이제는 국가의 책무를 실천하는 지원국이 되었다.

누구나 행복하기를 바랄 것이다. 100년전 프랑스의 ‘와슈타드 드 생 피에르’가 보여 주었던 ‘노블리스 오블이주’는 이미 이 땅에서도 수백년전에 경주 최씨 6훈을 통해 ‘주변의 백성들이 굶어죽어서는 안된다' 는 교훈에서 알 수 있듯이 이미 실천하고 있었던 슬기로운 민족이다.

앞으로 대한민국은 3만불시대를 열어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넘어야 할 산이 첩첩산중이다. 현실에 만연되고 있는 지역 이기주의와 패권주의, 남북이 갈리고, 동서가 갈리고, 세대가 갈리고, 이념이 갈리었다.

또한 세계최고의 자살 사망률, 저출산 국가, 부동산의 고지가, 입시지옥, 청년실업, 고령화에 따른 노후불안 등 산적한 일들에 국민은 희망을 잃어 버렸다.

이제 국민에게 희망과 비젼을 줄 수 있는 유능하고 지혜로운 정치지도자가 필요하다. OECD국가 중 꼴찌에서 헤메고 있는 현재의 대한민국 정치수준으로는 기대할 수가 없다.

바뀌어야만 한다. 대립과 갈등이 아닌 화합과 상생의 정치문화를 갈급하는 국민의 요구에 부흥 할 때 비로소 유능한 정치지도자도, 3만불의 행복한 복지국가도,  제2의 ‘와슈타드 드 생 피에르’와 '빌게이츠'의 탄생도 기대 할 수 있을 것이다.

얼어붙은 온누리에 따듯한 사랑의 온기가 전해지기를 바라며.... 

2013, 설날에 작지만 모두가 진정한 ‘노블리스 오블리쥬’ 를 실천하는 이웃되기를 간절히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