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람들의 행복!
가난한 사람들의 행복!
  • 보령뉴스
  • 승인 2011.01.05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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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하나님의 복음을 전하는 선교사이다.
세상을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셔서 인류 구원의 길을 열어주신 그분의 무한한 사랑에 감사하여, 온전한 헌신의 길을 사모하던 중, 인생의 후반기에 들어서야 비로소 결단을 하게 되었다.
2년전 모든 것을 내려놓고, 조국과 사랑하는 이웃들을 뒤로하고 미지의 땅을 향해 비행기에 몸을 맡겼다.
그리고 그 땅에 심겨져서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는 삶을 살게 되었다.

나의 선교지는 C국 변방으로 동남아 3국(베트남, 라오스, 미얀마)과 마주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TV방송 ‘차마고도’를 통해 잘 알려져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현대 물질문명의 기준으로 보면 매우 낙후된 지역이다.
지금도 도로에는 우마차와 자동차가 함께 달리고 있고, 농촌이나 산골 마을에는 아예 세월의 시간표가 멈춰선 것 같다.
문화의 혜택이라곤 기대할 수 없은 현장, 그들은 그저 먹고 살기위해, 양식을 위해 일한다.
해가 뜨면 산등성이 비탈 밭을 파고, 해가져서야 집으로 들어가는 힘겨운 삶이 그들의 일상의 전부이다.
젖먹이 아이를 바구니에 뉘여 밭고랑에 뉘이고 코 흘리게 아이들은 나뭇잎과 돌멩이를 장난감 삼아 흙속에 뒹굴며 어린 시절을 보낸다.
그렇게 해도 넉넉한 삶을 기대할 수 없다.
겨우 하루 두 끼니의 옥수수 밥이 보장될 뿐이다.

흙담집 안에는 가축과 사람이 동거하며 잠을 자고, 새벽 닭 우는 소리에 기지개를 편다.
뿌연 새벽안개 속으로 아침밥 짖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붉은 태양이 솟아오르면 산골 마을의 고단한 일상은 시작된다.

이상은 고산지역 산골마을 소수민족 ‘묘족’의 일상이다.

그러나 나에겐 이러한 모습이 전혀 낯설지가 않다.
추억해보면, 나의 어린시절 우리조국의 농촌과 산골마을이 바로 이러한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불가 몇 십년전인데, 정말 엊그제 같은데 우리는 그 시절을 잊고 살았던 것이다.

아이러니칼하게도 이들은 만족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다.
척박한 환경과 전혀 소망이 없을 것 같은데 그들은 여유롭고 행복한 삶을 살아간다.
흔히 가난하면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가난과 행복은 딱히 상관관계가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일찍이 누군가 이 산골마을에 복음의 씨앗을 뿌려 놓았다.
마을입구 산등성이에는 아름다운 교회당이 세워져 있다.
이따금 우리는 이 지역을 순회방문 한다. 함께 천국의 소망과 은혜를 나누기 위해서이다. 그들의 자녀들을 데려다가 양육하고 있기도 하다.
교회를 방문하는 날이면, 이들은 고단한 하루의 일상을 마치고 예배당을 향해 모인다.
골짜기 마다 칠흙 같은 어둠을 뚫고 오는 행렬은 가히 감동적이다.
낮에 밭고랑에 뉘였던 아이들을 들쳐 업고, 코 흘리게 아이와 허리굽은 노부모의 손을 잡고 온 가족이 예배당에 나온다.
손풍금 반주에 맞춘 아름다운 찬양의 선율이 적막한 산골 마을의 밤을 수놓는다. ‘묘족’의 찬양은 천상의 목소리와도 같다.
금방 쏟아질 것만 같은 별들도 함께 찬양한다.
이어서 소망의 복음이 저들의 영혼을 적신다.

그렇다! 가난과 풍요는 행복의 조건이 될 수 없구나!
행복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는 것이구나!
가난하지만 행복해하는 그들이 그렇고,
맑고 순박한 그들의 영혼들을 대하면 덩달아 행복해지는 것이 그렇다!
뒤늦게 철이 드는 것일까?
아무튼 2011년 한해는 더욱 감사하는 삶을 다짐해본다.
비록 가난하지만, 때로 외로움과 아픔이 있어도,
주신 것에 감사하면 행복하리라!
 

김영운 선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