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이 아름답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
  • 보령뉴스
  • 승인 2010.12.01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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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 큰 것이 아름답다(Big is beautiful)고 생각한 때가 있었다. 큰 가구가 있는 큰 집에서 큰 자동차를 몰고 나오는 것이 아름다운 인생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1980년대 초반 일본 제조업체의 경박단소(輕薄短小)의 미학이 전 세계를 휩쓸었다. 이제는 작은 것이 아름답다(Small is beautiful)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어깨에 메고 다니며 듣던 커다란 카세트는 포켓에 들어가는 조그만 워크맨으로 바뀌었고, 험비와 같은 큰 자동차 보다는 소형차가 더 인기를 끌게 되었다. 이러한 모습은 일본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쉽게 와 닿는 일이다. 거기에는 집도 작고 자동차도 작고 자동차가 다니는 길도 작다.

   1990년대 들어서 이런 경향은 디자인에도 이어졌다. 이탈리아 패션업체인 프라다는 화려한 예술적인 기교를 배제하고, 단순과 간결함을 추구하며 90년대 세계 유행을 주름잡게 된다. 이것이 소위 미니멀리즘(minimalism)이다. 미니멀리즘을 통해 이제는 복잡하거나 화려한 것보다는 단순한 것이 더 아름답게(Simple is beautiful) 여겨졌다.

   이런 경향은 2000년대 들어서 전 분야로 확대되었는데 대표적인 분야가 대중가요다. 후크송(hook song)이라고도 불리는 요즘 노래들은 클래식이나 1970년대 프로그레시브 음악과 같은 복잡한 화성이나 리듬, 실험적인 요소들을 촌스럽게 만들어 버리고, 단순한 가사와 반복되는 후렴구를 통해 묘한 중독성을 일으키고 있다.

   IT업계의 대표적인 미니멀리즘 신봉자는 애플(apple)의 스티브 잡스다. 화려한 색깔 보다는 흰색을, 복잡한 기능보다는 단순한 기능을 선호한다. 애플의 컴퓨터 마우스를 보면 버튼이 한 개 밖에 없다. 그가 만든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에도 버튼이 별로 없다.

   처음에는 무척 불편해 보이지만 한 번 사용해 보면 그것으로도 충분하다는 사실에 더욱 놀라게 된다. 경쟁업체들이 애플을 흉내 내며 여러 가지를 추가한 제품을 내놓아 보았지만 소비자들에게는 오히려 촌스러워 보였다.

   유명한 건축가 루트비히 미스 반 데어 로에(Ludwig Mies van der Rohe)는 “적을수록 많다(Less is More)”라는 유명한 격언을 만들어냈다. 쓸데없는 버튼 두 개 보다는 꼭 필요한 버튼 한 개가, 그저 그런 여러 가지 기능보다는 꼭 필요한 기능 하나가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것을 가져다준다는 말이다.

   이런 모든 미니멀리즘의 핵심은 본질이다. 극도의 단순함을 추구하는 이유는 본질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예수님도 철저한 미니멀리스트(minimalist)다. 예수님은 적은 것을 추구하셨고, 본질을 강조하셨다. 본질을 벗어난 허례허식과 과함은 회칠한 무덤이라고까지 생각하셨다. 제자들에게도 여행을 위해 두 벌 옷이나 신, 지팡이를 가지지 말라고 말씀 하셨다(마10:10). 심지어 가난한 자들이 복이 있다고까지 말씀하셨다(눅6:20).

   프라다와 애플에 익숙한 젊은이들이 적은 것보다는 많은 것을, 작은 것보다는 큰 것을 추구하는 오늘날 한국 교회를 바라볼 때 촌스럽다고 느끼지는 않을까? TV는 TV의 기능에 집중할 때, 교회는 하나님 말씀과 기도하는 일에 집중할 때 세련되어 보인다.

   교회가 세상 정치에 기웃거리고, 웅장한 건물에 집착할 때 촌스러워 보인다. 사람들은 적은 것이 아름답다(Less is beautiful)고 생각하는데, 아직도 우리는 많은 것이 아름답다(More is beautiful)고 생각하고 그러한 것들에 집착하고 있지는 않은지 의문스럽다. 이러한 면에서 21세기의 시대적 흐름에 긍정적으로 답변하는 “작지만 강한 대학, 영혼이 미소 짓는 행복한 사람들이 함께 공부하고 함께 웃음꽃을 피우는 세상”을 그려본다.


   “하나님이 나를 웃게 하시니 듣는자가 다 나와 함께 웃으리로다”(창21:6)
 

대전신학대학교 총장 황순환
(청룡초등학교 졸업/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 졸업/연세대학교 대학원(M.S.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