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국을 먹으며
쑥국을 먹으며
  • 보령뉴스
  • 승인 2011.03.30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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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wormwood)은 아주 먼 옛날부터 인류에게 유익을 주어 왔는데 이른 봄부터 쑥쑥 어디서나 지천으로 자란다하여 쑥이라 불렀다. 여인들과 할머니의 손길을 거쳐 쑥국도 끓여 먹고 찌개에도 넣고 쑥떡도 해먹는 쑥은 우리와 매우 친숙하다. 방사능 폐허 속에서도 제일 먼저 올라오는 것이 쑥이라 한다. 또 아이들이 잘 자라는 것을 쑥쑥 자란다고 하는데 이는 쑥이 어려운 환경에도 굴하지 않고 잘 성장하는 것을 표현한 말이다.

쑥을 흔히 의초(醫草) 또는 길초(吉草)라고 부르는데, 단군 신화에 "쑥과 마늘을 먹은 곰이 여성으로 화하여 단군을 낳았다"는 이야기의 속뜻은 우리민족, 특히 한민족 여성에 쑥과 마늘이 잘 맞는 약효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쑥은 식용을 주로 하는 일반 쑥과 황달에 주로 쓰이는 인진쑥(사철쑥)과 쑥뜸을 만드는 갯쑥으로 나눈다. 쑥은 이른 봄에 캐어서 식용으로 사용하고, 단오 전후에 캔 것은 약용으로 사용한다. 쑥잎은 완전한 녹색이며 뒷면은 희며 오래되면 누렇게 변하는 등 색상이 다양하며, 잎이 두텁고 부드러워 온후하고 인정 많은 우리네 민족성을 닮았다.

봄철에 파릇파릇 올라온 새순을 채취하여 멥쌀가루를 넣고 쑥떡을 만들어 먹으면 그 맛과 향이 일품이다. 어린잎으로 쑥국을 해먹고 쑥과 쌀가루를 배합하여 쑥버무리를 만들어 먹기도 한다. 그 외에도 쑥밥, 쑥떡, 쑥술, 쑥튀김, 쑥경단, 쑥인절미, 쑥송편, 쑥계피떡, 쑥개떡, 쑥단자, 쑥절편, 쑥굴레 등을 만들어 먹는다. 동산 기슭에서 저 쑥국새가 쑥국쑥국 울 때에 먹는 떡이 더 맛있겠다.

강한 생명력과 면역력을 높이며 따뜻한 성질을 가진 쑥은 약용으로도 널리 사용한다. 음력 5월 5일 단오를 전후하여 채취한 쑥이 약효 성분이 제일 좋다. 내륙 지방보다는 바닷가와 섬에서 나는 것이 바닷바람을 쐬어 독성이 적고 잘 자라며 향이 순하고 효능이 가장 좋다. 그래서 강화도와 자월도의 산기슭 쑥을 최고로 친다.

쑥은 오장육부를 순하게 화해시키고 따뜻하게 하는 약성을 가지고 있다. 특히 부인병에는 성약이라 불러왔다. 자궁이 약해서 약간만 무리하거나 오래서 있기만 해도 하복부가 은은히 아프며 피가 조금씩 비칠 때에 인삼 황기와 마른 쑥을 각각 하루 20-30g씩 준비하여 달여 먹으면 도움이 된다. 물론 쑥만 끓여 먹어도 좋다.

혈액순환이 잘 안 되는 경우는 기운이 약하거나 주위 조직이나 기관이 차거나 타박상처럼 어혈에 의해서이다. 약쑥은 자궁과 주위 조직, 하복부가 냉하고 기운이 약해서 오는 어혈의 증상들을 치료한다. 이런 여성의 하혈은 쑥의 따뜻한 성질로 하복부를 데우고 혈행을 도와서 지혈이 되는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장이 허약하고 냉해서 자주 배가 아프거나 설사가 잦을 때에도 좋다. 다만, 열체질인 사람과 스트레스를 잘 풀지 못하여 울화병이 있는 사람은 가슴에 열이 더 자주 오를 수 있어 금해야한다.
약쑥은 식용 쑥과 달리 키가 크고 줄기에 쑥잎이 붙어 있다. 단오를 전후하여 바닷가에서 해풍을 받고 자란 이 약쑥을 채취하여 2년 이상 말려서 솜틀 듯 털면 쑥뜸의 재료가 된다.

이 면역력이 강하고 성질이 뜨거운 쑥뜸은 침자리인 경혈에 떠주면 면역력을 올려주고 기능을 높이는데 효과적이다. 쑥뜸은 몸이 냉한 음인들에게 매우 좋은 효과가 있으며 허냉한 병증에 활용된다. 허하고 냉하여 발생된 부인병에 익모초와 같은 양으로 달여 좌욕을 하여도 좋다.

시골에서는 한여름 초저녁에 모깃불이라 하여 쑥을 말려 불을 피워 모기를 쫓아내는데 사용했다. 그 뿐이 아니고 벌통에서 꿀을 뜨기 위해서 벌들을 쫓을 때도 쑥연기를 내면 벌들이 가까이 오지 못하고 힘을 전혀 쓰지 못한다. 또 말린 쑥은 옛날에는 불을 일으킬 때 부싯깃으로도 이용되었다.

현대에는 쑥을 목욕탕 욕조에 넣어 쑥탕으로 사용하거나 쑥으로 만든 피부미용 비누, 쑥찜기구, 쑥좌욕기 등 쑥의 활용가치가 대단히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 주변에 흔하게 널려 있는 쑥이 사실은 좋은 약이다. 인체의 장과 자궁과 면역계를 튼튼하게 해주는 훌륭한 약이며 식품이라는 것에 놀라움을 금할 길이 없다. 알고 보면 하나님께 드리는 감사가 아무리 많아도 오직 부족할 뿐이다.

우석대학교 한의과대학 겸임교수 감초당한의원장 김영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