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피해자인 나보고 뺑소니라고?
교통사고 피해자인 나보고 뺑소니라고?
  • 김윤환 기자
  • 승인 2015.10.12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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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령경찰서 정현로 경사

[기고전문] “내가 뺑소니라구요?” 라고 큰 소리를 지르는건 필수고 황당한 표정을 짓는 건 선택이다. 이때가 바로 본 조사관이 뺑소니전담반을 하면서 가장 안타까운 순간이다.

왜? 도대체 어쩌다가 A군은 이런 상황을 만들었을까?

한가로운 오후 A군은 차를 몰고 가다가 갑자기 자신 앞에 끼어든 자전거를 보고 브레이크를 밞는다. 이때 가벼운 접촉으로 자전거가 쓰러지고 운전하던 학생 B는 넘어져서 팔다리에 가벼운 찰과상을 입는다.

누가 봐도 자전거를 운전하던 학생의 과실이 크고 딱 보기에도 자전거에 이상없고 팔다리는 3일이면 딱지가 생기고 말 것 같다. 문제는 A군의 차다. 단순히 긁힌 자국이지만 공업사에 맡기면 10~20만원은 기본이다.

학생을 향해 다음부터는 조심하라는 으름장을 놓고 자신의 갈 길을 간다. 지나가던 동네사람들은 다시 자신의 할 일을 하러 돌아간다.

아무렇지 않게 보면 A군이 철없는 학생 B를 봐준 평범한 일상이다. 하지만 만약 학생이 사건 당시 어딘가를 부딪혔고 겉으로 보기엔 멀쩡했지만 이후 병원으로 급하게 후송된다면?
비약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다.

사고후조치를 하지 아니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여기서 피해자가 상해에 이른 경우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차량)’에 해당되어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백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며 운전면허를 4년 동안 취득할 수 없다.

앞서 소개한 사례의 A군은 사고에 있어 피해자이다. 하지만 ‘사고후미조치’ 위반이라는 것은 교통사고로 인하여 생긴 부상자가 혹여 더 큰 부상으로 이어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법규이기 때문에 가해자・피해자를 가리지 않고 적용된다.

모든 사고가 그렇겠지만 교통사고 역시 대표적으로 ‘후유증’이 심한 사고다. 겉보기에는 아무렇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고 긴장이 풀리면 어딘가 아픈 곳이 생길 수도 있다.

그 아픈 곳이 생각처럼 심각하지 않길 기원하지만 그것이 우리들 마음처럼 되는 일이 절대 아니다. 아무리 가벼운 사고라도 행여나 더 큰 부상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교통사고 발생시 조치이행은 가해자나 피해자나 반드시 해야 할 일임에 틀림없다.

보령경찰서 정현로 경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