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어린이 보약은 청소년이 될 때까지 한두 번 먹는 것으로 알았다. 특히 전염병이 도는 해에는 ‘귀룡탕’을 한두첩 먹여서 전염병이 피해 지나가기를 바랐다. 어린이들에게 발진이 나타나는 바이러스성 전염병들은 이른 봄부터 유행하곤 하였다. 홍역, 소아마비, 수두, 마마와 같은 전염성 질환들은 호흡기를 통하여 감염되었을지라도 3일 내지 일주일정도 눈꼽이 끼며 징징거리고 밥을 잘 안 먹는 정도의 전구증을 보인다.
할아버지께서 끔직이 여기는 귀한 손주가 아프다고 하자, 깊이 숨겨두었던 돈을 꺼내어다가 심지어는 종볍씨를 팔아서까지 귀룡탕 몇 첩을 지어다 먹인다. 이 때 이미 감염되어 전구기에 어린이의 병세는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듯 극심해지며 합병증(폐렴, 중이염, 뇌수막염, 부비강염(축농증), 심낭염, 신장염 등)이 심하게 나타난다. 중이염으로 고막 손상이 되면 듣지 못하게 된다. 만약 그 아이가 말을 배우기 전이라면 말을 못하게 된다. 뇌수막염 후유증으로는 지능이 약간 떨어지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들은 의약사고이다. 보약을 먹이기 어려운 집마다 그 아이를 예로 들면서 녹용 보약은 먹이지 않는 것이 좋다는 말이 전해지게 되었다.
어린이들은 봄에 키가 많이 자라고, 가을에서 겨울까지는 체중이 많이 증가된다. 임상에서 보면 봄과 가을 환절기 때에 어린이 보약을 먹이는 계절로 알고 있는 듯하다. 실제로 환절기에는 면역기능과 저항력이 떨어져서 호흡기와 소화기질환이 잘 걸린다.
봄이 올 때 입맛과 기운이 없고 하루하루를 힘들어하다가 완연한 봄이 오면 다시 입맛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겨울동안에 푸른 야채와 고른 영양의 섭취가 부족하고 운동이 부족하여 환절기 몸의 변화에 잘 대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겨울에는 우리 몸이 영양의 축적작용이 왕성해지므로 약간의 체중이 늘면서 피부의 땀구멍이 막히고 깊은 곳으로 영양분을 보내면서 신장에서 많은 호르몬들의 생산을 늘린다. 겨울이 시작되면 나무들은 모든 수액을 가장 아래쪽으로 내려 보낸다. 인체도 겨울에는 영양의 정기(엑기스)를 가장 깊고 낮은 곳의 장기(신장)쪽으로 보내어 뼈와 호르몬 등을 강건하고 왕성하게 해준다.
봄이 되면 간이 피로해지며, 점차 더워져 가는 대기온도에 맞추어 피부가 땀구멍을 열고 땀과 기를 밖으로 배출하기 시작한다. 머리 쪽으로 기혈이 오르는 상기현상이 이루어지고, 낮이 길어지고 활동량이 많아지는데 따라서 에너지 소모도 점차 많아진다. 축적된 에너지가 적은 사람들은 이런 변화에 힘들어하며, 감기 몸살이나 소화불량, 코피, 곽란 등을 한두 번 앓고 나서 봄을 맞는다.
환절기에 이런 변화 속에서 우리 몸이 능동적으로 적응하게 하려고 보약을 먹이는 것이다. 그리고 봄이 되면 운동, 개학, 여러 행사와 작업 등으로 일들이 시작되므로 미리 보약을 먹어 두려는 마음도 봄에 보약을 먹는 또 다른 이유일 것이다.
어린이 보약에는 녹용이 대체로 들어간다. 녹용은 사슴이 머리를 보호하며 자라는 연한 골수조직이다. 보혈, 보신, 보간으로 기혈음의 보강작용 등이 주작용이다. 녹용은 한의학적으로 진액, 음혈과 근골을 보강해주는 작용과 오장의 기운과 신진대사를 돌려주는 작용을 한다. 그러므로 몸 안에 부족한 것을 보강하며 순환기능을 촉진하는 작용을 한다.
사십여 년 전 보건복지부에서 몇 년에 걸쳐 녹용의 효능 실험과 부작용 역학조사를 하였다. 그러나 그 결과는 조혈작용, 면역증강, 두뇌력 증강, 강장작용, 성장촉진 등 좋은 효과들만 나타났다. 그러자 사슴을 국내에서 키워서 녹용을 생산하라고 복지부 방침을 바꿨다. 그리고는 방송매체를 통하여 수입 녹용의 상품성의 문제들을 거의 잊혀 질 때쯤 한 번씩 터트리곤 한다.
녹용이 필요한 아이들은 육체적, 정신적 성장 발달이 더딘 아이들과 오장의 기능이 순환이 잘 안 되는 아이들이다. 체격이 좋고, 얼굴에 혈색이 좋은 아이들은 녹용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다. 한약재 중에서 녹용은 최상의 영양제에 속한다. 일반 보약이나 영양수액으로 효과가 없는 노인들의 경우에도 며칠 드시면 우선 아침에 일어나기가 가볍다고 한다. 아주 허약한 어린이에게는 인삼, 당귀, 녹용(삼귀룡탕) 세 가지를 한두 돈씩 해서 두세 첩만 써도 훨씬 기운을 쓴다. 요즈음 아이들은 다양한 건강상태와 체질 또 기혈음의 편중, 이비인후과 질환, 산만함, 피부까지 다양한 증상들이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한의사의 정확한 진찰이 필요하다.
어릴 때의 몸과 마음과 영의 건강은 일생 동안 평강의 토대가 된다. 허약한 어린이에게 보약을 먹이듯 어릴 때부터 영의 양식인 예수님을 바라보게 한다면 평생 동안 영적인 사람으로 예수님과 동역하는 용사가 될 것이다.
우석한의대 겸임교수 감초당한의원장 김영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