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가습기 살균제 피해 원인 단서 찾았다"
[건강]"가습기 살균제 피해 원인 단서 찾았다"
  • 김윤환 기자
  • 승인 2013.01.07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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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장 대동맥을 굳게 만드는 독성물질로 드러나

지난해 봄 수십 명의 목숨을 앗아간 가습기 살균제 피해의 원인에 대한 과학적 단서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밝혀졌다.

가습기 살균제의 주성분 물질이 심장 대동맥을 굳게 만드는 독성물질로 드러나며 더 심각한 문제는 샴푸 등 흔히 사용되는 생활용품에도 같은 독성물질이 들어 간 것으로 밝혀졌다.

가습기 살균제의 원료로 쓰이는 'PHMG'와 'PGH'를 권장 사용량대로 처리한 물에 실험용 물고기인 제브라피쉬를 넣어 실험했지만 한 시간이 지나자마자 물고기는 모두 폐사했다.

죽은 물고기의 심장조직을 분석한 결과 심장 대동맥에서 콜라겐 섬유화가 급격히 진행됐다.

이에 조경현, 영남대 단백질연구소장은 "심장 대동맥을 분석해 보니까 많은 섬유화가 있어서 대동맥이 막혀서 죽었겠구나 그런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라며 그 심각성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가습기 살균제 성분은 피부 세포에도 심각한 피해를 주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원료들을 10배 희석해 피부 세포에 처리한 결과 세포의 절반 정도가 죽고, 혈관 세포가 심각하게 변형됐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문제는 이 원료들이 샴푸나 주방기구용 소독제 등 여러 생활용품에 사용된다는 점이다.

정부는 일단 인체에 무해하다고 입증돼 세계적으로 쓰이는 물질이라며 섣부른 판단을 경계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청 관계자에 따르면 "실제 피부에 실험을 한 것이 아니라 피부세포를 갖고 실험관에서 실험을 한 것이라며 여기서 독성이 발견됐다고 해서 인체에도 독성이 있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가습기 살균제 원료의 심각한 독성이 밝혀진 만큼 이들 성분의 사용 기준 마련도 시급히 검토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지금까지 위해성이 확인된 총 6개 제품의 가습기 살균제에 대해 수거 명령을 내리고 수거했다.

수거 명령 대상 6개 제품은 한빛화학의 '옥시싹싹 가습기당번'과 버터플라이이펙트의 '세퓨 가습기살균제', 용마산업사의 '와이즐렉 가습기살균제'와 '홈플러스 가습기청정제', 에스겔화장품의 '아토오가닉 가습기살균제', 글로엔엠의 '가습기클린업' 등 이다.

이들 제품들은 동물흡입실험에서 원인미상 폐 손상 환자와 부합하는 조직검사 소견이 확인된 것들이며 실험 쥐에 특정 화학물질을 지속적으로 흡입한 결과 폐 세포에 손상을 가하고, 이것이 누적돼 폐 조직이 딱딱하게 굳어지는 섬유화성 병변이 나타났다고 보건당국은 설명했다.

하지만 피해자 가족들은 정부 역학 조사 결과 6개의 제품에 위해성이 확인됐고, 현재까지 적어도 30여 명이 숨지거나 폐질환을 얻은 것으로 파악되면서 어린 자식을 잃은 부모들이 정부와 제조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앞으로 집단소송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현재 피해자 대부분은 소송 대신 한국소비자원을 통해 집단분쟁조정절차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