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과 혐오입니다
한국YWCA는 3.8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하며 성평등 민주주의가 위협받는 현 대한민국의 상황에서 성평등한 사회로 나아가고자 하는 노력을 지속할 것임을 선언하는 성명서를 발표하였으며, 전문은 아래와 같다.
한국YWCA는 올해 101년을 맞이하는 한국 여성시민단체로, 전국 및 52개 지역에서 여성과 청(소)년이 주체적으로 탈핵기후생명, 성평등, 평화통일 운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2022년 ‘YWCA 100년, 여성과 함께 변화를 향해’를 100주년 슬로건으로 정하고 활동을 전개한 바 있다.
[한국YWCA연합회 3.8 세계 여성의 날 성명서]
2023년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하여, 우리는 지난 100년 간 한국에서 성평등 역사를 만들어온 한국YWCA 여성들을 기억합니다.
그들은 여성들이 인간다운 삶을 살게 하기 위해 냉엄했던 일제강점기 시대에 조선에 YWCA를 세우고 항일운동을 전개하였으며, 여아와 여성들도 동등하게 교육받아야 한다는 신념 아래 여성에게 교육을 실시하였습니다. 그들은 축첩과 조혼 제도를 폐지하였고 가족법을 개정하였으며 이를 통해 여성들이 사회적으로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한국YWCA의 여성들은 ‘불평등이 당연한 것이다’ 여겨지던 시대에도 불평등을 좌시하지 않고, 보다 더 평등한 사회로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왔습니다. 사회의 사각지대에 있던 여성들과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시대의 변화와 요구에 따라 직업교육, 근로조건 개선, 소비자 보호, 돌봄 시설 운영, 아나바다 운동, 호주제 폐지 등 선구적인 성평등 운동을 전개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금 우리는 거대한 백래시의 파도와 반페미니즘의 폭풍을 지나고 있습니다. 불평등은 불평등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지 못하고, 한국 여성들은 돌봄 노동, 저임금 노동, 성폭력, 가정폭력, 젠더폭력, 의사결정과정에서의 배제, 가부장제의 폐단 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남성중심의 정치는 이 사회가 안고 있는 뿌리 깊은 ‘구조적 불평등’을 부정하고 날조하고 있으며, 여성가족부 폐지를 통해 국가 성평등정책 전담 기구를 무력화하고 있습니다.
여성에 대한 차별, 불평등, 혐오가 우리 사회를 잠식하고 있습니다.
경력 단절을 겪는 여성들, 코로나로 인해 직장과 직업을 잃은 여성들, 돌봄 노동을 수행하는 여성들, 스토킹 범죄로 고통 받는 여성들, 성폭력 피해를 입은 여성들, 여전히 가부장제의 관습과 기준에 따라 살아야 하는 여성들, 그리고 기존의 불평등을 더욱 악화시키는 기후위기 시대를 살고 있는 여성들이 바로 우리입니다.
오늘 우리는 선배들이 그래왔던 것처럼, 현실에 지지 않고 불평등을 묵과하지 않고 다시 이 시대의 성평등을 외칩니다.
이 시대에 폐지해야 할 것은 여성가족부가 아니라, 우리가 겪는 불평등한 현실과 우리를 향한 근거 없는 혐오입니다.
우리는 불평등의 파도를 가르고 폭풍을 헤치며 더 평등한 세상을 향해 나아갈 것입니다.
이 땅에 불평등과 차별을 제거하고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었던 선배들의 노고와 역사를 기억하며, 우리도 그 길을 따릅니다.
‘여성과 함께, 변화를 향해’,
모두를 위한 세상, 정의와 포용의 세상을 향해.
2023. 3. 8.
(사)한국YWCA연합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