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기식 식단(1)
구석기식 식단(1)
  • 보령뉴스
  • 승인 2011.08.05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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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가 요즘처럼 어려운 적도 없다. 건강한 식생활이 건강의 기본인 것은 누구나 알지만 무엇이 건강한 식생활인지 설도 많고 말도 많다.

예를 들어 지방을 매우 적게 섭취하는 동양인들은 미국인들보다 심장마비 발병률이 낮다. 그런데 지방을 엄청 섭취하는 멕시코 인들도 미국인들보다 심장마비 발병률이 낮다. 또한 적포도주를 별로 마시지 않는 중국인들은 미국인들보다 심장마비 발병률이 낮다. 적포도주를 엄청 마시는 이탈리아인들도 미국인들보다 심장마비 발병률이 낮다. 독일인들은 맥주를 엄청 마시고 소시지를 엄청 먹으며 지방을 많이 섭취하지만 미국인들보다 심장마비 발병률이 낮다.

그러니 원하는 대로 먹고 마시라. 건강에 나쁜 것은 바로 영어를 쓰는 것이다. 서로 상충하는 연구결과들을 빗대는 조크이다. 같은 음식을 놓고도 좋다, 나쁘다, 학자들마다 주장이 다르기 일쑤니 제대로 먹고 마시는 일도 쉬운 게 아니다.

여름 노출의 계절을 맞아 많은 사람들이 다이어트 결심을 했다. 하지만 막연히 ‘다이어트 한다’는 태도로는 성공할 수 없다는 주장이 나왔다. ‘새로운 진화 다이어트’라는 책을 낸 ‘아서 디 바니’라는 학자의 주장이다. UC 어바인의 경제학 교수였던 그는 ‘구석기 운동의 할아버지’로 불린다. 인간의 몸은 원래 구석기 시대 원시인들의 유전인자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그 생활방식을 따라야 탄탄한 몸매를 갖는다고 그는 주장한다.

250만년 전부터 구석기 시대까지 인류의 조상들은 동굴에서 살며 사냥하고 채집해서 식량을 얻었다. 농사를 짓기 시작한 것은 기원전 8,000년, 지금부터 1만 년 전이다. 그 이전에는 쌀이나 밀 같은 곡류를 주식으로 할 수가 없었다. 사냥해서 잡은 고기와 물고기 들판에서 딴 나무열매나 과일, 야채가 주식이었다.

농경시대 이전까지는 수렵과 채집으로 풀(식물), 과일과 견과류, 사냥해서 잡은 육류, 생선과 해산물을 주로 먹었다. 약 만 년 전,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이동하지 않고 정착해서 생활하기 시작하였고, 이때부터 곡류, 콩류, 감자 등 탄수화물의 섭취가 갑자기 늘어나게 되었다. 이런 탄수화물 식품을 섭취하면서 섭취칼로리는 두배로 늘었다.

200년전 산업혁명으로 식품의 대량 공급이 가능해졌고 식품을 오랫동안 보관, 유통하기 위해 영양분을 벗겨내는 정제 가공기술이 발달하면서 음식을 값싸게 대량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되었다. 정제가공식품은 영양소는 적어지면서 작은 부피에 칼로리는 더 높아졌다. 설탕 소비의 급격한 증가와 고열량의 인스턴트음식 소비의 증가는 불과 40년 밖에 되지 않았다.

그래서 탄수화물 섭취량이 매우 낮고 유제품은 거의 없는 식사가 유전적으로 우리 몸에 맞는다고 그는 주장한다.

현대인들의 문제는 몸에 유전자는 탄수화물처리 능력이 떨어진 경우가 많기 때문에 유전적으로 처리능력이 떨어진다면 단맛에서 벗어나야하지만 스트레스로 인해 단맛을 못 줄이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에는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할 수 있다.

현재 현대인들의 식탁에는 정제 가공 인스턴트 식품이 전체의 72%를 차지하고 있고 이런 음식들은 구석기 시대 원시인류들은 구경도 못해본 것들이다.

문제는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 신인류들의 유전자는 유전-환경의 상호작용으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지만 아직도 5만~1만 년 전 원시인류의 유전자와 거의 동일한 수준이라는 점이다.

아직 유전적으로 갑작스럽게 많이 들어오는 탄수화물을 익숙하게 처리하지 못하는 개체들이 탄수화물이 넘쳐나는 21세기에 살고 있다 보니 이러한 환경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지 못하면서 비만, 당뇨병, 심장병, 암, 골다공증에 쉽게 걸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당시는 지금처럼 냉장고만 열면 먹을 것이 넘치던 시대가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한 끼의 식량을 위해 뛰던 걷던 많은 수고를 해야 했고 사냥이나 채집을 못했을 때는 굶어야 했다. 한마디로 덜 먹고 많이 움직였다. 칼로리를 적게 섭취하고 섭취한 열량을 최대한 써버리는 것 - 가장 확실한 다이어트 법이다.

우석대학교 한의대겸임교수 감초당한의원장 김영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