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부증은 농사를 짓는 농민에게서 주로 나타나는 정신적, 신체적 장애 증상을 말한다. 대체로 8가지 증상이 나타나는데 어깨결림, 요통, 수족의 감각둔화, 불면, 야간빈뇨, 호흡곤란, 복부팽만감, 눈이 흐리고 물체가 퍼져 보이는 증상 등이다.
전체 농부의 30-40% 정도에서 나타나는 농부증의 특징은 여성이 남성보다 1.5배 많고, 봄철이 가장 많다. 노령일수록 더 많이 나타나며, 요통과 어깨결림, 수족감각의 둔화 등의 호소가 많았다. 또한 50-90%에서 일반적인 고혈압, 소화기질환, 퇴행성 골관절염, 류마티스 관절염 등의 질환들을 함께 가지고 있었다. 또한 점차 심해지면서 진행하여 고혈압, 동맥경화, 심근장애, 신장질환, 신경증과 같은 여러 질환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농부증이 이들 질병들의 전조로 보여 진다.
이런 농부증 같은 과로증을 한방에서는 ‘노권상’이라 하였다. 즉 생활 속에서 여러 가지 과로로 인하여 결국 오장에까지 병이되는데 이를 ‘오로칠상’이라한다. 이 오로칠상은 오장의 기능을 약화시켜 노화를 촉진하고 중병의 원인이 되어 가는지를 보여 준다. 그래서 옛 선조들도 과로상의 치료와 예방을 중요시 하여왔다.
이 농부증은 노동집약적인 육체적 과로, 정신적 긴장, 영양불량과 영양부족, 수면부족 등과 응급질환이 아니면 참아내는 감염증과 복냉증과 수족 냉증처럼 농촌의 생활방식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휴식 없는 집중적인 과로, 같은 동작의 반복에 의한 근육과 인대의 피로와 손상, 수면의 결핍, 음주, 정신적인 긴장과 피로, 편식과 영양의 결핍 등에 원인이 있다.
이런 경우에 어느 정도는 농부자신이 원인과 습관을 고쳐서 예방과 치료를 할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많은 분들이 초기치료를 하지 않아 만성 퇴행성 골관절염이나 요통에 시달리고 있으며, 무분별하게 자가 진단하여 약들을 사용하여 여러 부작용을 가져오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 그러므로 농부증이나 또 다른 질병이라도 초기에 치료하도록 하며, 농한기를 이용하여 완전하게 치료하고 또 오로칠상이 발생했을 때 근본적인 치료를 통하여 다른 질병들로 진행되어가는 것을 예방하여야 하겠다.
이 농부증을 예방하는 방법으로 크게 볼 때 두 가지가 있다. 그 중 하나는 체조 등을 통한 관절운동이며 또 하나는 한약으로 치료와 예방하는 것이다.
첫째로 농작업을 하기전과 중간에 그리고 마친 후에 하는 관절운동이 있는데 일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인 운동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몸의 중심에서 멀리 있는 관절부터 먼저 돌려주고 주물러 준다. 점차로 몸의 중심 부위와 중심 관절들을 돌려주고 주물러준다. 10회씩 안쪽과 바깥쪽으로 2회씩을 실시한다. 운동의 동작은 가능하면 천천히 하는 것이 요령이다. 호흡을 천천히 깊게 들이마시면서 동작을 시작하고, 천천히 깊게 내쉬며 동작을 마친다. 무리하게 힘을 주지 말며, 최대한 동작의 범위를 크게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렇게 하고나서 마지막으로 목, 어깨, 허리운동을 같은 방법으로 하고 마치면 된다.
둘째로 농부증을 예방하는 중요한 방법은 한약을 복용하는 것이다.
예부터 일과 작업 등으로 인하여 몸이 손상하는 것을 한방에서 노권상이라 하며 예방하고 치료하여 왔다. 대표적인 처방들로는 쌍화탕, 인삼양영탕, 팔물탕 등을 들 수 있으며, 효과로는 간과 신을 보강하며 근육과 관절을 보호하며 피로를 풀어준다.
이런 약제들을 봄가을 농번기가 오기 전에 미리 복용하여 활력을 얻어서 이겨내는 것이 최상이다. 아니면 농번기 중에 복용하는 것이 둘째이고 농번기 후에 치료차 복용하는 것이 셋째이다.
한의학 고전에 말하기를 피로가 만병의 시작이며 감기가 만병을 원인이 된다고 하였다. 이는 옛날이야기가 아니라 현재에도 맞는 말이다. 요즈음에는 농촌에도 청년들이 적어 노년에 농사를 짓는 분들이 많은 실정이다. 과로할 수밖에 없는 농번기지만 아무리 바쁘고 힘들어도 더 큰 병을 부르지는 말아야 한다. 그러려면 과로가 가중되어 발생되는 허로병(노권상)을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고 하겠다. 천년이 넘도록 한약은 농번기의 피로를 없애주는 효과로 인해 봄가을 일 년에 두 번 먹는 보약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말로 남게 되었다.
우석대학교한의대 겸임교수 감초한의원장 김영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