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시아 꽃 필 무렵
아카시아 꽃 필 무렵
  • 김영철 원장
  • 승인 2011.05.08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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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시아 밤꽃이 피면서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때부터 만물은 번성의 계절을 맞게 된다. 점점 대기 온도가 올라가면서 고온다습해지므로 식물의 성장에 좋은 환경으로 변해간다. 나무마다 햇가지가 자라고 숲이 울창해지면서 모든 생물의 대사가 빨라진다. 그에 맞춰 키가 크고 잎이 무성해지고 덩굴이 뻗어가는 급성장의 때이다.

날이 더워지면 인체도 체온이 올라가는데 더위는 사람의 기운에 손상을 주기 쉽다. 몸 내부로는 물을 많이 마시게 되며 대기에도 피부에도 습기가 많아진다. 모든 음식물도 또한 같은 상태이므로 물과 음식을 필요량보다 더 먹게 되면 몸도 역시 습이 더해진다. 이 습기는 우리 몸을 무겁게 하며 인체 내에서 소화기를 힘들게 하여 심폐기능이 약한 사람은 습사기가 되어서 소화기 질환이 발생되거나 여름을 타는 주하병(注夏病)의 발병원인이 된다.

수분을 필요량보다 많이 마시게 되면 수분대사 기능을 수행하는 장기들은 힘들어 한다. 특히 소화기가 힘들어 하는데 우리의 대․소장은 수분을 적당량만 마시는 것을 좋아한다. 소화기가 허냉하고 운동이 적은 사람일수록 수분처리 능력이 약하다. 처리할 수 있는 한계보다 더 많은 수분을 마시면 지나친 수분은 역기능을 일으킨다. 이 역기능을 일으키는 수분을 습이라 하며 그 습이 몸의 정상 기능을 방해하는 작용을 습사기라 한다. 한방 용어로 습사라고 말한다.

습사의 병증은 먼저 몸이 무겁다. 모든 관절이 뻣뻣해지며 무겁고 만사가 귀찮아진다. 배에서 출렁거리며 대변이 묽어지고 소변은 도리어 시원하게 나오지 않는다. 물을 마시려 하지 않고 땀이 시원하게 잘 나지 않는다. 적당히 수분을 마시게 되면 땀도 시원하게 나오는데 말이다. 아침에 혀에 텁텁하고 하얗게 흰 태가 있으며 입에서 후덥한 냄새가 나며 머리가 무겁거나 아프다. 기운이 없는 사람은 어지럽고 얼굴과 손발이 붓는 증이 있다. 아침이지만 움직이지 않으려하고 멀미하는 듯 아침도 먹으려 하지 않는다. 묽은 변을 자주 보므로 설사로 여기기 쉽다.

요즈음은 학생들도 저녁에 늦게까지 공부하며 자기 전까지 냉장고에서 찬물이나 우유 음료 등을 자꾸 마신다. 그리고는 아침에 힘들어 하고 아침을 먹지 않으려 한다. 이런 경우도 습이 많아서 그런 경우가 많다. 평소에 심폐기능이나 기운이 약하다면 습사에 몸이 당하게 마련이다.

 

봄 동안에 기운과 영양이 부족하여 오장 중에 특히 심폐비가 약해지면 왕성한 습열의 기운에 적응하지 못하고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갈 때 주하병은 발병된다. 여름은 심폐의 기운이 충분해야 하는데 이 원기가 부족해지면 입맛을 잃고 머리가 띵해지며 온몸이 노곤해지고 다리에 힘이 없고 약간의 열이 있으면서 물만 자꾸 마시며 땀은 줄줄 흘리게 된다. 이런 증이 주하병의 주 증상들이다. 그러므로 주하병을 예방하려면 심폐의 기운를 기르고, 비위의 기운을 길러 습기를 이기도록 해야 한다.

또한, 여름 과일들은 갈증을 그치게 하며 몸을 서늘하게 식혀주고 단맛과 영양으로 비위의 기운을 길러준다. 그래서 봄부터 적당한 운동으로 심폐의 기운을 길러주고, 채소와 과일을 많이 먹여 수분과 전해질을 채워주는 것이 예방법이 될 것이다.

한의학적으로 바람직한 봄여름의 마음 씀씀이는 개개인의 모든 재능과 개성을 인정하며 북돋아주며 칭찬해 주는 것이다.

해가 길어질수록 일찍 일어나고 늦게 자는 것이 계절에 맞는 건강법이다. 마음을 온화하게 가지며 많은 건설적인 일들을 도모하고 열심히 일을 하며 땀도 흘려야 좋다고 하였다. 물론 지치지 않도록 주의하며 일 년 중 가장 열심히 일하는 계절이다. 왜냐하면 하늘의 법칙대로 대자연이 그렇게 일하기 때문이다.

여름의 습하고 무더운 대기 속에서 많은 기가 교류하며 모든 동식물을 키워낸다. 우리 사람도 여름의 빠른 대사 속에서 땀을 흘리고 많은 일들 속에서 기의 소모가 많고 또 채우고 하는 기의 교류가 많아야 한다. 가을이 오면 그 기운들을 거두어들여서 몸에 축적시켜서 기운을 길러야 하니까. 그래야 가을에 많은 기를 모아 들여 오장육부에 기를 갈무리할 수가 있는 것이다.

좋은 대사를 많이 가지려면 적극적이며 긍정적인 생각으로 모든 일들에 임하며 아침 일찍 일어나서 활동을 시작하고 땀을 흘리며 저녁 늦게까지 활동을 해야 좋다. 점심 후에 낮잠을 20여분 자는 것도 좋다. 그러나 냉방기로 실내를 서늘하게 해놓고 운동을 하지 않고 지내면 가을에 오장육부에서 갈무리 할 수 있는 기의 양이 적은 것은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여름을 타지 않으며 주하병을 예방하려면 음식과 환경을 시원하게 만들어 주고, 고영양 식이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적당한 심폐운동으로 기운을 길러주어야 한다. 그래도 체력이 약하고 더운데서 일이나 운동으로 땀을 많이 흘려 주하병이나 하계 열병이 오면 한약으로 빠르고 완전하게 치료할 수 있다. 또한 한약은 예방효과도 우수하다. 한약 치료를 하려면 열사에 손상된 외기를 식히고 심비위의 기운을 길러주는 치법인 청서익기법이나 또한 이습보비법을 활용하게 된다. 청서익기탕, 가미생맥산, 육화탕 등을 활용한다.

날이 더워져 여름이 오면 마음을 밝고 적극적으로 가지며 운동과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 좋겠다. 몸에 맞는 음식들로 건강을 지키며 여유로움 속에서 지내는 것이 건강하게 여름을 지내는 것이다. 이 여름을 건강하게 지내라고 여름과일들을 주시고 날이 더울 때에 땀을 흘릴수록 가을을 건강하게 맞게 해주시는 하나님의 섭리는 놀랍기만 하다.

우석대학교 한의대 겸임교수 감초당한의원 김영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