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기름유출 원인 지문(指紋)으로 찾는다”
[기고]“기름유출 원인 지문(指紋)으로 찾는다”
  • 김윤환 기자
  • 승인 2015.07.30 15: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해양경비안전서 중부본부장 김두석

[기고전문]제9호 태풍 찬홈(Chan-Hom)이 지나간 7월 13일 오전 10시경 인천 남항부두에 검은색 기름띠가 있다고 인천해경에 신고됐다.

인천해경은 방제정 등 경비함정과 선박을 동원해 방제작업을 했고, 인근부두에 정박해있던 300여척의 선박을 대상으로 4일간 조사 끝에 용의선박 6척에서 시료 16점을 채취했다.

이중 예인선 K선박이 7월 12일 기관실 바닥에 있던 중질성 폐수를 바다에 버린 혐의로 적발되었다. 또한 올해 2월에도 중질성 선저폐수를 바다에 버린 선박이 인천해경에 붙잡혔다.

바다에서 기름 유출사고가 발생했을 때 원인자를 찾기 위해 해경에서 가장먼저 하는 일이 사고유의 정밀분석이다. 그리고 이때 활용되는 것이 유지문(油指紋)이다.

해경은 해양오염 행위자가 도주하거나 행위를 부인할 때 유지문을 제시한다.
유지문이란 수천종의 화합물로 구성된 기름이 원유의 산지 및 생성조건에 따라 각각의 고유한 화학적 조성을 갖게 되는데 이것이 사람의 지문과 비슷하다 하여 일컫는 말이다.

해상에 유출되는 기름은 원유, 연료유, 윤활유, 선저폐수를 일컫는 유성혼합물 등 네가지로 나눌 수 있다. 원유와 연료유는 탄화수소 구성 특성이 다른 기름과 구별되며, 원유의 경우 생산지에 따라 특징이 다르게 나타나고, 연료유는 같은 기름이라도 고유한 특성과 생산공정 및 생산시기 등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

또한 같은 날 생산된 연료유라도 탱크에 남아 있는 기름과 혼합에 의해 구별될 수 있는 특징을 지니기 때문에 분석을 통해 구별이 가능하다.

유지문 분석은 가스크로마토그래피(GC/FDI)란 장비를 사용해 포화탄화수소를 중심으로 분석하는 1단계가 있고, 정밀 분석을 위해 질량분석기(GC/MS)를 사용하는 2단계가 있다.

대부분 1단계에서 분석이 완료되며 해경은 그동안 노하우를 통해 독자적인 패스트(Fast) 분석기법을 개발해 1시간 걸리던 시간을 30분으로 단축시켜 신속성을 도모하고 있다.

해양경찰은 해양오염 예방, 방제 및 분석기능이 부여된 1978년부터 유지문 분석기법을 도입하고 역사만큼이나 축적된 자체기술이 현재의 분석기법으로 발전하여 불명의 오염사고 원인자를 빨리 찾아 항만운영 효율에도 나름 도모하고 있으며, 지난 2007년에는 베트남 동·남부 해안 약 800km에 이르는 기름사고의 원인을 밝혀내기도 해 국제적으로도 인정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유지문 분석기법을 포함한 유사한 화학적 분석 기법들을 법의학에 대비해 환경법과학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해양오염 발생시 국가와 지역, 이해당사자간의 분쟁을 해결하는데 과학적 증거를 제시할 수 있는 대표적인 기법이라 할 수 있겠다. 해경에서 활용하는 유지문을 내수면, 토양오염 분야에서도 활용되기를 희망한다.

해양경비안전서 중부본부장 김두석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