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역사에 런던올림픽은 ‘비디오 올림픽’으로 남을지 모른다. 비디오 판독의 영향력이 급속도로 높아졌다.
‘가장 가까이 서 본 심판이 잘 봤을 것이다’, ‘심판도 사람이다’ 같은 류의 인간적 포용은 올림픽에서만큼은 발 붙일 공간이 사라지고 있다.
런던올림픽 26개 종목 중 17개 종목이 비디오 판독을 도입하고 있다. 그 중 유도·태권도·펜싱·하키 등 4종목은 비디오 판독을 실시하는 새 종목으로 가세했다.
비디오 판독에 따라 메달 색깔이 달라진 것도 숱하다.
9일 새벽 진행된 태권도 남자 58kg급 결승에서 한국의 이대훈을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건 호엘 곤잘레스 보니야는 대놓고 비디오 판독에 고마움을 나타냈다. 결승전에서 시도한 3점짜리 머리 공격이 심판에게는 외면당했지만 비디오 판독으로 득점으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곤잘레스는 AFP통신과 인터뷰에서 “비디오 판독으로 얻은 3점이 가장 결정적이었다”고 말했다.
한국 선수들도 비디오 판독에 웃고 울었다. 남자 자유형 400m에서 부정출발로 실격 위기에 놓였던 박태환이 비디오 판독 끝에 결승 티켓을 다시 얻어 은메달을 목에 걸었는가 하면 남자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60kg 이하급의 정지현은 8강전에서 아제르바이잔의 하산 알리예프와 격전 중 방어를 위해 손을 썼다는 비디오 판독 결과로 실점하며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기계장치인 비디오 판독을 아직 100% 신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화면을 보고 해독하는 것 또한 결국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남자유도 66㎏급의 조준호는 8강전에서 에비누마 마사시(일본)를 만나 기술 점수로 우열을 가리지 못한 뒤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두는 듯했지만 규정에도 없는 전체 판정에 대한 비디오 판독으로 패했고, 여자펜싱 에페 준결승전에서 나선 신아람은 경기 종료 1초를 남겨두고 3차례 공격을 받고 패한 뒤 1초에 관한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으나 결과는 번복되지 않았다. 신아람의 1초 장면은 방송 화면을 통해서도 1초를 훨씬 넘긴 것으로 나타났으나 펜싱장의 비디오를 본 심판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1분 같던 1초를 그대로 적용했다.
오심 논란과 비디오 판독 논란에도 올림픽에서 비디오의 힘은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인다.
수영에서는 수중 카메라를 이용한 부정행위 단속을 해나갈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번 올림픽 남자 평영 100m에서 금메달을 따낸 캐머런 판 데 부르흐(남아공)이 물속에서 ‘돌핀킥’ 횟수 를 규정 이상으로 시도한 것을 털어놓은 것이 발단이 됐다. 그는 “다른 선수들도 다르지 않다”고 국제수영연맹(FINA)의 대응을 불러일으켰다.
비디오 판독은 올림픽 각 종목에 깊이 녹아들고 있다. 펜싱장에서 두 손가락으로 네모를 그리며 비디오 판독을 요청하는 장면, 태권도장에서 코치가 비디오 판독을 원한다는 뜻으로 카드를 내보이는 장면 등, 비디오 판독으로 가는 모습도 각양각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