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자 58kg 이하급에 출전한 이대훈은 9일(이하 한국시간) 열린 2012 런던올림픽 결승전에서 체급 세계랭킹 1위인 호엘 곤살레스 보니야(스페인)와 치열한 공방을 벌였지만 8-17로 패하고 말았다.
이대훈으로선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다. 원래 63kg급이지만 올림픽에 이 체급이 없다 보니 감량을 해서 경기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체중감량에 실패하며 체력적으로 불리함이 없지 않았다.
게다가 앞선 16강, 8강, 4강을 치르면서 다리에 부상을 입은 것도 이대훈에게는 고역이었다. 이대훈은 경기마다 다리에 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졌고 치료를 받아야 했다. 체력적으로 지치고 몸 상태도 좋지 않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뒤로 물러서는 장면이 나왔고 이는 곧 경고와 감점으로 이어졌다.
이번 대회부터는 소극적인 경기를 할 때 경고를 내리고 경고 2개를 받으면 1실점을 하게 된다. 아쉽게도 이대훈은 경고로만 3점을 헌납하고 말았다.
새로운 경기 방식에 대한 적응도가 떨어졌다. 보다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유도하기 위해 이번 올림픽부터 머리 공격에 대한 점수를 2점에서 3점으로 높였다. 점수 차가 벌어져 있더라도 머리 공격 한 방이면 단숨에 경기를 뒤집을 수도 있게 된 것.
결승에서 만난 보니야는 이런 달라진 경기 방식에 완전히 적응한 모습이었다. 전략적인 움직임을 통해 이대훈의 머리를 집중 공략했다. 3점짜리 머리 공격을 두 차례나 성공했다. 특히 1라운드에서 나온 머리 공격은 거의 발끝에 스친 것이나 다름없었지만 득점이 인정됐다. 타격의 강도보다는 터치에 중점을 둔 개정된 경기 제도의 가장 큰 특징이었다.
반면 이대훈은 스페인 선수의 머리에 발차기를 적중시키지 못했다. 가장 아쉬운 부분이었다. 정국현 SBS 해설위원은 “이대훈은 머리 공격이 주특기인데 오늘은 이를 잘 살리지 못했다”라며 “그전보다 머리 공격 횟수가 많아졌다. 한국도 우리만의 스타일이 아닌 국제적인 경기에 맞게끔 나서야 한다. 득점하고 빠져서 점수를 지키거나 몸통 위주의 경기 운영을 해왔는데 국제대회에서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전자호구에 대한 대비도 스페인 선수가 앞섰다. 전자호구는 일정 수준의 충격이 전달되면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스페인 선수는 힘들이지 않고 영리한 발차기로 점수를 쌓아갔다. 반면 이대훈의 공격은 전자호구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스페인 선수는 이대훈이 밀고 들어오자 살짝 받아치는 공격으로만 무려 6점을 얻었다. 이대훈이 공격하고도 스페인 선수의 득점이 올라가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정국현 해설위원은 “실제 경기를 지켜보니 이기고 올라가는 선수들에게서 앞발을 들고 밀려는 시도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우리도 허무하게 주는 점수를 줄이고 전자호구의 특성을 이용해 작은 포인트를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 태권도로선 이대훈의 은메달이 남은 선수들에게 좋은 경험이 될 전망이다. 분명히 달라진 경기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