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탄광 막장에서 가족을 잃은 송계숙 시인의 시
내 안에 갱도가 있다
새까만 골짜기를 한 발 한 발 더듬으며
헤드라이트가 비추는 만큼 나아간다
다른 길은 없다
자식들 손가락 빨지 않고 대학 보내고 싶다는
욕심도 부리지 못한다
몸 성히 되돌아나가기만 바랄 뿐
동발에 팔꿈치 부딪치고 광차에 무르팍 으깨져도
성주산에 해 뜰 때까지 곡괭이질 하다가
눈뜨면 또 시작되는 하루
폐광 후 사십여 년이 지난 개화리 아침
알람시계에 길들여지지 않는
시뻘건 갱도가 내 안에도 있다.
- 시인
- 충남 보령 출생
- 2015년 '시와시학' 등단
- 시집 '나무기둥의 희망', '붉은 물음표'
- 보령시도시재생지원센터장
- 보령탄광문화유산연구소장
- 석탄산업문화유산 유네스코 등재 추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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