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내 안에 갱도가 있다
[시] 내 안에 갱도가 있다
  • 보령뉴스
  • 승인 2022.01.29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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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탄광 막장에서 가족을 잃은 송계숙 시인의 시

내 안에 갱도가 있다

 

새까만 골짜기를 한 발 한 발 더듬으며

헤드라이트가 비추는 만큼 나아간다

다른 길은 없다

자식들 손가락 빨지 않고 대학 보내고 싶다는

욕심도 부리지 못한다

몸 성히 되돌아나가기만 바랄 뿐

 

동발에 팔꿈치 부딪치고 광차에 무르팍 으깨져도

성주산에 해 뜰 때까지 곡괭이질 하다가

눈뜨면 또 시작되는 하루

 

폐광 후 사십여 년이 지난 개화리 아침

알람시계에 길들여지지 않는

시뻘건 갱도가 내 안에도 있다.

 

- 시인

- 충남 보령 출생

- 2015년 '시와시학' 등단

- 시집 '나무기둥의 희망', '붉은 물음표'

- 보령시도시재생지원센터장

- 보령탄광문화유산연구소장

- 석탄산업문화유산 유네스코 등재 추진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