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 처음 써 본 편지
난생 처음 써 본 편지
  • 김미선 기자
  • 승인 2019.09.13 11: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청라면 장현1리 삼거리경로당, 추석맞이 자녀들에게 편지쓰기

보령시 문해교육 지원사업으로 운영되는 ‘청라면 장현1리 삼거리 경로당 문해교실’은 지난 9일, 추석을 맞아 자녀들에게 편지쓰기를 했다.

한글을 모른다거나 편지쓰기 등 글쓰기에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들은 문해교육강사의 지도에 따라 구술, 따라쓰기, 반복쓰기, 창작 글쓰기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녀들에게 편지를 썼다.

문해교실에서 쓴 편지는 추석에 고향의 부모를 찾은 자녀들에게 직접 전달하기로 했다.

▶보령시 청라면 장현1리 삼거리경로당에서 전영수(92세)씨가 추석을 맞아 자녀에게 편지를 쓰고 있다.

난생 처음 편지를 써 본다는 정안자(80세)씨는“옛날에는 먹고 살기가 어려워서 아이들 고생을 많이 시켰다”며, “특히 큰딸이 어릴때부터 집안일을 많이 해서 항상 미안하다며 큰딸 생각만 하면 눈물이 핑 돈다”고 말했다.

▶큰딸이 어릴 때 놀지도 못하고 막내동생을 돌봐야 했다며 생각할수록 큰딸이 짠하고 안쓰럽다는 정안자(80세)씨는 추석맞이 편지쓰기에서 큰딸에게 미안하고 고맙다는 편지를 썼다.
▶예전에 머리 좋고 공부도 잘하던 딸이 집안 형편상 인문계 고등학교를 못 가고 여상 간다고 했을 때 마음이 찢어지는 듯 아팠다는 김순진(72세)씨는 노처녀였던 딸이 시집을 가서 장하다는 편지를 썼다.
▶부모가 아무것도 해 준게 없어 미안하다는 김옥환(75세)씨는 부모님 모시고 사느라 고생이 많은 큰 아들에게 고맙다는 편지를 썼다.

어르신 글을 모아 시화집을 출판했던 보령작은햇살도서관 정태경 관장은 “편지쓰기는 어르신들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기록하면서 노년의 삶에서 가치를 다시 깨닫게 되는 중요한 시간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보령시 청라면 장현1리 삼거리 경로당에서 어르신들이 추석맞이 자녀들에게 편지쓰기를 하고 있다.
▶친정 부모 신경 많이 쓰는 딸이 고맙고도 안쓰럽다는 김옥환(75세)씨는 엄마가 아무것도 도와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편지를 썼다.
▶큰 아들이 직장 처음 들어갔을 때 크게 다친 것이 너무나 놀랐다며 지금은 부모가 보태준 것도 없는데 자수성가하여 잘 살고 있는 큰아들이 고맙다며 편지를 쓴 남순희(80세)씨
▶대부분 난생 처음 편지를 써 봤다는 학습자들은 추석에 집에 온 자녀들에게 직접 편지를 전해줄 것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