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휴가지에서의 에티켙
[기고]휴가지에서의 에티켙
  • 보령뉴스
  • 승인 2014.08.05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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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령경찰서 112종합상황팀장 경감 권 준 철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부지런한 국민도 없다고 합니다. 또한 프랑스 등 선진국 국민들은 수입의 80% 이상을 자신의 풍요로운 삶을 위해 쓰는 반면 우리나라 평균 가정은 수입의 대부분을 생활비와 자녀 사교육비로 쓴다고 합니다.

그런데 요즘은 좀 달라진 것 같습니다. 삶의 질이 중요시 되면서 레저나 휴가비로 상당액을 씁니다.

요즘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넘으면서 보령의 해수욕장과 계곡엔 피서인파가 몰립니다. 지방에 내려와 근무하는 덕에, 휴가를 내고 지인들을 불러 계곡을 찾았습니다. 한 펜션에서 관리(?)하는 물가엔 200명은 족히 될 듯한 손님들이 북적였고, 푹푹 찌던 날씨도 마침 흐려지고 바람도 시원해 장소선택을 참 잘 했다는 말에 다행스러웠습니다. 우리는 미리 예약된 평상에 자리를 잡고 물건을 풀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기분은 오래 가지 않았습니다.

곧 스피커 음악소리와 함께 나타난 이동상인들이 차례로 귀를 괴롭히며 물품구매를 요구했고, 이어서 남녀 섞인 열 여나문의 젊은이들이 몰려와 바로 옆 평상에 자리잡고 작정한 듯 술 마신 후, 대화의 절반이상을 욕설로 도배하는, 웃고 떠드는 큰 소리가 두 시간 이상 계속되면서, 도저히 더는 머무를 수 없는 고통이 되었습니다. 주인을 불러 도움을 요청할까 생각도 해봤지만, 대목장사에 주인이 곤란해 할 것 같아, 참고 일찍 짐을 챙겨 내려왔습니다. 일부러 시간을 내서 온 휴가가, 이웃을 전혀 신경쓰지 않는 사람들로 인해 씁쓸한 휴가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휴가를 올바로 즐기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남을 배려하는 마음도 당연히 없는 것 같습니다. 이런 것들이 세월호 참사와 무관한 지 생각해 봅니다.

지난 5월 보령시 거주 이00(여,26세)씨는 처음만난 남자친구한테 감금당했다고 112에 허위신고를 해서 경범죄처벌법위반(거짓신고)으로 즉결심판에 부쳐졌고, 지난 달 28일 친구들과 해수욕장에 놀러온 문00(남,29세)씨는 친구와 싸우고, 출동한 경찰관을 발로 차는 등 폭행하여 공무집행방해죄의 현행범으로 체포되어 유치장에서 휴가를 마무리 했습니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최소한 자신의 휴가를 망치는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부모들의 대다수가 원하는 최대 관심사는 성적대신, ‘안전한 나라에서 자녀들이 자라는 것’ 이라고 합니다. 옆 사람을 배려하는, 기본이 있는 그런 나라에서 우리 2세들이 살아보기를 기대하는 건 너무 큰 욕심일까요?

보령경찰서 112종합상황팀장 경감 권 준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