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Some(썸)
[기고] Some(썸)
  • 보령뉴스
  • 승인 2014.06.20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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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에도 요즘 못지않게 취업난이 극심했다. 나는 다니던 꽤 괜찮은 직장을 너무 편하다는 이유(?)로 때려 치우고, 더 치열하게 살려고 경찰관의 길로 들어섰다. 그것도 말단으로... 전쟁은 시작되었다. 어떤 때는 남의 옷을 입은 듯 한 생각이 자꾸 들어도, 이미 출발선을 벗어났기 때문에 뛰는 것 밖에는 선택이 없었다.

어디 가서 신분을 밝히면, 전혀 경찰 안할 사람 같다는 얘기를 자주 듣고 살았다. 요즘 뜨는 가수 소유와 정기고의 ‘썸’에 나오는 가사, ‘연인인 듯 연인 아닌 연인 같은 너~’ 와 흡사하다고나 할까? ‘경찰 아닌듯 한 경찰이 되고 만 거다.

하지만 세상흐름을 거스르는 건 바보짓이다. 정면승부만이 정도(定道)라고 생각했다. 난관에 봉착하고 깊이 생각하면 문제는 주변에 있는 게 아니고, 나 자신한테 있었다. 화엄경의 중심사상엔 일체유심조가 있다. "만일 어떤 사람이 삼세 일체의 부처를 알고자 한다면(若人欲了知三世一切佛), 마땅히 법계의 본성을 관하라(應觀法界性). 모든 것은 오로지 마음이 지어내는 것이다(一切唯心造)." 그것이었다. 참고로 나는 불교신자가 아니다.

어떤 사람이 한 말이다. 머리에 딱 쓰면, 사람의 정신적 연식이 나타나는 헬멧이 있다면 참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 거라는 거다. 생각의 성장이 30년 전에 멈췄다면 그 사람은 1984년에 살고 있는 사람이다. 정신적 연령은 생물학적 나이와 무관하다.

맞선을 볼 때도, 인사청문회장에서도, 심사승진 여부를 판단할 때도 그것만 한 번 씌우면 다 알 수 있을 꺼다. 물론 사상의 자유 침해라고 반대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말이다.

나이가 어려도 생각이 급하지 않고 노련한 사람이 있는 반면, 나이가 70이 넘어서도 70년대 유신시절 군인정신을 그대로 가지고 평생을 사는 사람도 많다. 스스로 변화의 물결을 타고 생각이 젊어지기 위해서는 쉼 없이 책을 읽고 세상과 소통해야 한다. 특히 경직된 조직일수록 그런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남녀관계에 있어 애정기류가 흐를 조짐이 있으면 ‘썸 타고 있다.’라고 표현을 한다. 제목보다는 ‘연인인 듯 연인 아닌 연인같은 너~ ’라는 가사 뜻이 참 미묘하다.

‘선량한 국민인 듯 그런 국민은 아닌 듯 한’ 국민도 많다. 112에 허위신고를 하는 사람과 관공서에서 소란을 피우는 사람들도 그와 비슷한 사람들이다. 이제 시민의식이 성숙해졌을만 한데도, 길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도 자주 보인다. 우리의 정신연령은 이제 이런 홍보가 더 이상 필요 없을 정도의 수준은 되어야 한다.

                         보령경찰서 112상황팀장 경감 권 준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