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문학 전공자가 보는 이해찬의 말이 막말이라고 보는 이상한 청와대
국문학 전공자가 보는 이해찬의 말이 막말이라고 보는 이상한 청와대
  • 김윤환 기자
  • 승인 2013.07.16 11:3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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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부는언덕 (londoner**** [경제토론방]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박근혜 대통령의 방패막 역할을 하기로 작정한 듯 보인다. 며칠 전 "(대선) 승복도 정치권에서 하나의 수양이고 리더의 자질"이라고 민주당과 문재인 의원을 직접적으로 겨냥하며 박근혜 대통령에게 향하고 있는 <국정원 게이트>의 화살을 막아보려 하더니, 어제는 이해찬 민주당 상임고문이 세종시 홍익대 국제연구원에서 열린 '정치공작 규탄 및 국정원 개혁촉구 대전·세종·충북·충남도당 당원보고대회'에서 한 '당신 발언'과 '대선 무효' 발언을 문제삼고 이와 같은 막말은 국민에 대한 도전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먼저 이정현 홍보수석이 문제 삼고 있는 이해찬 상임고문의 발언을 살펴보자.

"4·19혁명이 난 뒤 자유당 내무부 장관 최인기 장관은 부정선거 혐의로 교수형을 당했다"(사실)

"국정원과 경찰이 그에 못지않은 부정선거를 했는데도 박근혜 대통령은 아무런 말이 없다"(사실)

"이제 국정원과 단절하고 공정한 나라를 만들어 달라. 그래야 당신의 정통성이 유지된다. 자꾸 비호하고 거짓말 하면 오히려 갈수록 당선무효까지 주장할 수 있는 세력이 자꾸 늘어난다. 정통성을 유지하려면 그 악연을 끊어 달라. 그리고 나라를 바로 세워 달라"(대통령을 향항 당부)

이해찬 상임고문은 자유당 시절에 자행되었던 부정선거와 지난 대선에서 벌어진 국정원의 불법대선개입 및 이후 경찰의 수사과정에 대한 부당함을 지적하며, 박근혜 정권이 정통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이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국정원을 바로 세워야만 하며, 나아가 (법치와 정의가 무너진) 나라를 바로 세워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필자는 국어국문학을 전공했다. 이정현 홍보수석이 자신의 주군인 박근혜 대통령을 보호하고 지키고자 하는 충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국어국문학을 전공한 필자의 눈에는 이해찬 상임고문의 표현 중 그 어디에도 막말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구체적으로 이정현 홍보수석이 지적한 당신이란 표현은 어디까지나 3인칭 존칭 대명사일 뿐, 면전에서 한 말이 아닌 이상 문제될 까닭이 전혀 없다. 만약 이 표현이 계속해서 거슬린다면 이정현 홍보수석은 국어공부를 다시 하기를 바란다.

이해찬 상임고문이 사용한 문장 역시 전공자의 눈에는 대통령을 깍아내리고자 하는 취지는 찾아볼 수 없다. 그는 정권의 정통성을 부인하고 부정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국정원 게이트>에 대한 단호한 입장을 밝히고 혁신적인 국정원 개혁 등의 후속 조치 등을 통해 사회적 갈등을 봉합하고 대한민국을 바로 세워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그의 표현에는 오히려 박근혜 정권과 대통령을 걱정하는 우국충정의 마음마저 엿볼 수 있다. 그가 말하고 있지 않은가, "국정원과 정말로 단절하고 공정한 나라를 만드십시오. 그래야 당신의 정통성이 유지가 됩니다"라고.

충언과 고언은 언제나 귀에 거슬리는 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명박 정권 이후로 국가권력의 부당한 집행과 운용을 비판해온 수많은 국민들의 목소리가 이정현 홍보수석이 보여주고 있는 바로 그 시각에 의해 재단되고 매도당하며 수난을 받아온 것이다. 그러나 자고로 성군들은 나라와 백성의 안위를 걱정하는 충언들을 귀담아 듣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이는 통제받지 못하는 정치권력은 언제나 독단과 독선으로 귀결될 수 밖에 없고, 필연적으로 불행한 결과를 가져올 뿐임을 그들 스스로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역사를 천천히 복기해 보기 바란다. 민의가 전달 되어지는 언로가 정치권력에 의해 가로 막혔을 때, 권력을 가진 자들이 자신들이 보고자 하고, 듣고자 하는 것들만 취합하기를 즐겨했을 때 어떤 결과가 도출되었는지 역사가 우리에게 분명히 말해주고 있지 않은가!

옛말에 시안견 유시, 불안견 유불(豕眼見唯豕 佛眼見唯佛)이라 했다. 자신들이 보고 싶어하는 것만 보기를 원하고, 듣고 싶어하는 것만 듣기를 원한다면 대한민국은 미래를 향해 한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다. 따라서 이정현 홍보수석과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들의 요구와 시대적 흐름을 직시해야한다.

민주주의를 역행했다고 평가받는 이명박 정권에서 조차도 지금처럼 각계각층의 대대적인 시국선언은 없었다. 심지어 나이 어린 고등학생들까지도 시국선언에 동참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국정원 게이트>가 민주주의의 가치와 질서를 파괴하는 중대한 범죄행위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국민들은 <국정원 게이트>에 대한 철저한 진실규명과 책임자 엄벌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지금처럼 <국정원 게이트>가 전 정권에서 벌어진 일이고, 박근혜 대통령은 이에 대해 모르는 일이라며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한다면 국민들의 저항만 더욱 거세질 뿐임을 박근혜 정권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