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후보 기자회견
박근혜 후보 기자회견
  • 김윤환기자
  • 승인 2012.09.26 23: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5.16과 유신,인혁당, 헌법가치 훼손"
- "아버지의 딸이 아닌 새누리당의 대선후보로 이 자리에 섰다"

- 문재인측 "박근혜, 늦었지만 변화된 인식 보여줘 환영" 

- 안철수 "박근혜, 정말 쉽지 않은 일 했다"

- 인혁당 유족 "박근혜, 마음에도 없는 거짓말 말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24일 "5.16, 유신, 인혁당 사건 등은 헌법 가치가 훼손되고 대한민국의 정치발전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며 박정희 시대의 과거사에 대해 허리 숙여 대국민 사과를 했다.

박근혜 후보는 이날 오전 여의도당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정치에서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음은 과거에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래야 할 민주주의 가치라고 믿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이로 인해 상처와 피해를 입은 분들과 그 가족들에게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허리를 굽혀 피해자들에게 진중하게 사과했다.

그는 "지금 당장은 힘드시겠지만, 과거의 아픔을 가진 분들을 만나고 더 이상의 상처로 남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저는 앞으로 국민대통합위원회를 설치해서 과거사 문제를 비롯한 국민들의 아픔과 고통을 치유하도록 노력하겠다. 그리고 국민대통합의 위에 더 발전된 민주주의를 완성하기 위해 힘을 쏟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또한 "저는 오늘 한 아버지의 딸이 아니라, 새누리당의 제 18대 대통령 후보로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과거사와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말씀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우리나라에서 자녀가 부모를 평가한다는 것, 더구나 공개적으로 과오를 지적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아시리라 믿는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대통령 후보로 나선 이상, 이 부분에 대해 보다 냉정하고 국민과 공감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렀다"며 향후 박정희의 딸이 아닌 대선후보로서 과거사 문제에 접근할 것임을 약속하기도 했다.

그는 "국민들께서 저에게 진정 원하시는 게 딸인 제가 아버지 무덤에 침을 뱉는 것을 원하시는 것은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며 "저는 이제 국민을 저의 소중한 가족으로 여기면서 국민의 삶과 행복을 지켜드리는 것이 저의 마지막 정치적 소명이라 생각한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박 후보는 10분여간 연설문을 차분히 읽어내려간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고 단상을 내려왔다. 그는 시종일관 무겁고 어두운 표정이었고 한때 목소리가 떨리며 울컥하기도 했다.

그는 당사를 떠나기 위해 승강기 앞에서 기다리는 동안 기자들이 추가 질문공세를 펴자 "오늘 제가 말씀드린 내용에 모든 것이 함축돼 있고 또 앞으로 실천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저의 진심을 받아들여 주시면 좋겠다"고만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최경환 비서실장, 정우택 최고위원, 진영 정책위의장, 이상일 대변인, 박대출, 백기승 공보위원 등이 배석했다.

또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과거사 공식 사과에 대해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측은 "늦었지만 변화된 인식을 보여준 점에 대해서는 평가할만하다, 환영한다"며 진상규명이나 명예회복 등 후속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고, 안철수 대선후보는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정말 필요한 일을 했다"며 이제는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인혁당 피해자 유족 단체인 4ㆍ9 통일평화재단은 24일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과거사 사과에 대해 "박 후보는 제발 마음에도 없는 거짓말을 하지 말고 차라리 가만히 있어 달라"고 질타했다.

평화재단은 이날 '인혁당 재건위 사건 유족.관련자 입장'이라는 글을 통해 " 그는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하면서도 또 다시 대통령이 되기 위해 온 국민들을 상대로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고 유족들을 두 번, 세 번 울리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평화재단은 "최근 그의 이어진 발언으로 볼 때 이번 사과는 전혀 진심에서 나온 말이 아닌 것을 우리 유가족들은 물론 온 국민 누구나가 너무나도 분명히 알 수 있었다"며 "그런 그가 지지율이 하락하여 수세에 몰리게 되자 오로지 대통령이 되기 위해 새삼 마음에 전혀 없는 말로 사과를 이야기하는 것은 국민들을 호도하려는 것으로 다시 한 번 우리 유족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일"이라고 거듭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