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 맏이를 맏이답게
[기고문] 맏이를 맏이답게
  • 보령뉴스
  • 승인 2012.04.15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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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전통적 자녀 교육의 원칙의 하나는 맏이 위주의 자녀교육이었다. 전통과 지혜가 많은 나라와 민족들의 자녀교육도 맏이 위주가 대부분이다.

스페인의 중남미 정복에 대해 “실제 중남미를 정복한 이들은 스페인의 둘째 아들들이다”라는 말이 있다. 맏이에게 몽땅 주어지는 재산과 명예에 대해 둘째들의 경쟁이 중남미를 정복함으로 나타난 것이다.

우리는 해방 이후 미국의 문화와 문물이 들어오면서 공평한 사랑이 자녀교육을 주도하게 되었다. 그래서 여러 자녀를 키우며 아이들을 공평하게 대해주고 사랑도 관심도 공평하게 대하려 노력해 왔다. 그래서 현재에는 많아야 두셋 아이를 키우며 평등한 자녀사랑이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로 자리매김해 온 것이 사실이다.

미국식 공평주의 자녀교육에서 한 가지 보지 못한 것이 있다. 맏이와 둘째나 셋째 사이의 관계이다. 모든 것들을 똑같이 해주는 부모 아래에서 맏이는 무엇으로 맏이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맏이가 활용할 수 있는 우월한 것은 나이가 한두 살이라도 많은 것과 체격이 큰 것 그리고 한두 해 더 살아온 경력 등이 있겠다. 그러나 이런 것들의 활용은 맏이의 역할에서 동생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좋지 않은 역할을 할 뿐이다. 그런 맏이들에게는 무엇보다 부모에게서 부여받은 맏이의 권위와 능력이 있어야한다.

자녀들 간에 말썽이나 싸움이라도 일어나면 맏이는 책임을 지고 더 많은 훈계와 체벌 등이 가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둘째나 셋째는 약간의 훈계를 한 후 어디 다친 데는 없는지 안쓰러운 마음으로 대한다.

실제로 어머니의 애정은 내리사랑으로 막내에게 향하여 더 애틋한 정을 주는 것이 본능적인 것이다. 또는 남매가 있을 경우 아들 쪽으로 애정이 치우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아버지도 딸에게 더 귀여움과 애정이 가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용돈이나 먹을 것들은 공평하게 나누어 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맏이가 공부를 잘 하거나 또는 잘생긴 경우에는 그럭저럭 위안과 긍지를 가지며 살 수도 있다. 이런 경우는 우월감과 이기심의 문제가 뒤를 따르는 경우가 많지만 말이다.

자녀들 간에 우애로 뭉쳐서 또는 같은 취미와 놀이를 통하여 자연스레 맏이의 권위와 동질성을 갖는 경우도 물론 많이 있다.

그러나 조기교육과 과외지도 또 컴퓨터 게임의 보급이 많아지며 혼자서 놀기가 많아지다 보니 점차 놀이와 운동 등은 가족이 약속을 하고 시간을 내어야 되는 시대가 되었다. 이런 일들을 통하여 맏이가 사랑으로 헌신하며 동생들을 돌보며 우애가 넘치는 가정으로 되어가기는 점차 어려워져 간다.

소아들을 진료하다보면 이런 가정보다는 서로 싸우며 경쟁하고 으르렁거리는 것이 보편화된 가정들이 훨씬 많은 것 같다. 첫째는 둘째를 이용하고 사랑으로 대하지 않는다. 둘째는 맏이를 좋아하고 따르다가 중학교를 넘어가며 점차 맏이의 마음을 알아차리고는 맏이에 대한 기대를 버리고 홀로 서기를 꿈꾼다.

어느 날 형제나 자매간에 우애에 금이 가는 말들이 오간다. “네가 맏이야? 네(맏이)가 나(동생)에게 잘 해준 게 뭔데? 그런 식으로 하려면 너는 네가, 나는 내가 알아서 살테니 앞으로 나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지 마!” 라는 말이다.

그리고는 점차 너 따로 나 따로 식의 인생길을 살아가게 된다. 이 때 쯤에는 특별한 기회나 방법 이외에는 우애를 살릴 방도가 별로 없게 된다.

우리 전통 교육에는 이런 불행을 예방할 수 있는 방식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 왔다. 어릴 때부터 맏이 위주로 키우는 것이다.

우선순위는 항상 맏이다. 맏이는 어릴 때부터 동생 때문에 혼이 나거나 맞는 일이 없을수록 좋다. 가급적이면 작은 것이라도 동생을 도우면 칭찬과 인정을 해준다.

둘이 싸우면 동생은 먼저 공개적으로 훈계를 듣고(혼이 나고) 심하면 종아리에 매를 맞는다. 그러나 맏이는 방으로 혼자 불러 앉히고는 훈계를 하고 다시 싸우지 않을 것을 약속받고 항상 용서해 준다. 그리고 매일 동생 귀에 못이 박이도록 좋은 형, 착한 형(또는 언니, 오빠, 누나)이라 간접적으로 칭찬을 해준다.

용돈이나 먹을 것들도 맏이를 따로 불러 동생 몫까지 다 맏이에게 주는 것이다. 자기가 알아서 나누어 먹도록 말이다. 물론 자기 몫을 더 많이 챙기는 경우가 많다. 맏이는 자기 욕심을 먼저 충분히 채우고 나머지를 동생에게 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점차로 동생과 사이좋게 거의 절반씩 나누어 먹는 과정으로 성숙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맏이가 동생이 태어난 후 엄마를 동생에게 빼앗겼던 손해감, 즉 사랑의 삼각관계에서의 패배감이 치유되며 회복된다.

물론 동생은 자기에게 용돈이나 먹을 것들을 사주는 맏이에게 더욱 잘 보이며 순종해 나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런 과정들을 통해 맏이는 점점 맏이로써 어른스러워지며 동생과 화목하게 지내는 방법을 터득한다.

점차로 서로간에 우애가 깊어가며 동생도 특별한 사랑(용돈이나 먹을 것, 장난감, 학용품 등)을 주는 맏이를 따르며 존경하게 되는 것이다. 맏이가 동생을 이제 불쌍한 마음을 가지고 대하게 되면서 새로운 관계가 형성되는데 이는 맏이가 사랑으로 동생을 품게 되는 것이다.

만일 맏이가 공부를 잘하면 동생은 공부를 잘하며 맏이에게 지지 않으려고 열심히 따라가며 또 이기고 싶은 욕구로 더 열심히 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것은 선의의 경쟁이며 이 또한 권장할 만하지 않는가? 이것이 맏이 중심으로 키우는 전통적 교육 방식의 이익들이다.

이 방식대로 교육할 때 또 다른 이익은 자녀가 많으면 더욱 잘된다는 것이다. 맏이만 잘 이끌어주면 동생들이 많아도 양떼같이 잘들도 맏이를 따라간다.

우석대학교한의대 겸임교수 감초당한의원장 김영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