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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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령뉴스
  • 승인 2025.07.17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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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병연

 

물은 높은 데서 낮은 데로 흐른다. 산에서 골짜기로, 시내로, 강으로, 바다로 흘러간다. 흘러가는 도중에 장애물을 만나면 파괴하기보다는 넘어가고 넘을 수 없으면 부드럽게 돌아가 종래에는 가장 낮은 곳에 가장 많이 모인다.

물은 그 아래를 들여다보면 낮은 데도 있고 깊은 데도 있고 온갖 것들이 그 아래서 또 하나의 세계를 이루고 있으나 수면은 언제나 수평을 이룬다.

물이 한꺼번에 많아져 급류를 이루면 수면이 높고 거칠어지는 것이 마치 인간 속의 뭔가가 넘쳐 화를 참지 못하고 밖으로 드러내는 것 같기도 하고 상대방이 높이 보여 자신만 낮다고 생각하는 열등감에 사로잡혀 폭력적인 행동을 하게 되는 것과 유사하다.

물이 너무 많아 흘러넘쳐 주위를 휩쓸어 버리는 것은 좁은 마음에 상대를 이해하고 포용하기보다는 해코지를 하려거나 내치려는 마음이 생기는 것과 비교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언제든 낮은 데로 흘러 수평을 유지하려는 물의 속성처럼 우리네 마음도 물을 닮으려고 애써 노력하면 겸손과 평정의 유지로 마음의 평안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바람은 닿지 않는 곳, 미치지 않는 곳 없이 어디든지 간다. 때로는 살랑거리는 미풍(微風)으로, 때로는 휘몰아치는 폭풍(暴風)으로 간다.

봄날의 미풍은 마치 기분이 좋을 때 얼굴에 저절로 온화한 미소를 짓는 것과 같고, 일한 후의 땀을 식혀 주는 여름철의 시원한 바람은 호탕한 웃음 같고 속 좁은 생각을 한 방에 날려버리기도 한다.

가을의 선선한 바람은 풍성한 결실을 맺게 하는 어른의 고언(苦言) 같기도 하고 사내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팔등신 미녀 같기도 하다.

겨울바람은 마치 냉소나 비웃음 같다. 삭풍이 나뭇잎을 떨구거나 가지를 부러뜨리는 것처럼 말이다. 냉소나 비웃음은 우리네 몸과 마음을 움츠러들게 하고 따뜻하던 마음을 차갑게 식히기도 한다. 하지만 삭풍도 언젠가는 잦아들듯이 냉소(冷笑)나 비웃음을 뒤로하고 여유로운 생각과 따뜻한 마음을 가지면 나와 이웃 모두가 즐거울 수 있다.

바다는 육대주(六大洲)에서 밤낮으로 흘러들어오는 물을 모두 받아들여도 넘치지 않는다. 사람도 마음을 바다처럼 넓게 가지면 다툴 일이 없을 것이다.

스위스는 지정학적 위치와 자연환경, 지나온 역사가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그래서 우리가 배울 점이 많다고 하겠다. 스위스의 인구는 880만 명이고 면적은 남한의 40% 정도이니 경상도와 전라도를 합한 정도의 크기이다. 그리고 국토의 75%가 산과 호수이다. 지하자원도 없는 무자원 국가여서 우리처럼 유일한 자원이 사람뿐이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등 4개국에 둘러싸여 늘 외세에 시달리며 지내왔다. 그래서 우리와 비슷한 점이 많은 나라라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19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스위스는 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다. 가파른 산비탈에 목초를 키워 소를 길러 우유와 치즈로 겨우겨우 살았다. 그래서 아낙네들은 집을 지키고 사내들은 외국에 용병으로 나가 목숨을 담보로 외화를 벌어야 했었다. 그래서 스위스는 자신들의 역사를 “생존을 위하여 피를 수출하였다.”라고 쓰고 있다. 어려웠던 지난 역사를 후손들이 잊지 말자는 다짐일 것이다.

스위스(Suisse)의 산업을 일으킨 것은 시계 산업과 섬유 산업이다.

오늘날 스위스라고 하면 관광과 기술이다. 그들은 쓸모없는 가파른 산을 관광자원화하고, 영국에서 방직기계를 수입해서 스스로 방직기를 만들었으며, 방직기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세계 최초로 디젤엔진을 만들었다. 그들은 끊임없이 기계산업을 발전시켜 스위스 기계제품 하나하나를 명품 브랜드(brand)로 만들었다.

지난날 유럽의 최빈국(最貧國)에서 오늘날 유럽의 최부국(最富國)으로 발돋움한 스위스로부터 우리나라는 배워야 한다.

●시인․수필가 김병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