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강명미
아열대 고기압이 꿈틀거린다
그림자만 얼씬거려도 닭 뒷걸음 치듯 한다
비상대책 회의에서
어느 의로운 죽음에 대하여 논쟁을 벌이다가
그 죽음조차 아름답다고
아낌없이 한 몸 던지는 보시,
양계장이 들썩 거린다
엄마 젖 더 먹어야 하는 400마리 병아리 떼
나란히 줄지어 남동공단 구내식당으로 들어오고
수박들이 한 가득 주방행이다
호텔도 아닌 으리으리하게 옷 입은 음식점도 아닌 구내식당,
인삼 향수 뿌리고 다리 비틀어
냉면그릇에 얌전히 앉아있는 그를 먹겠다고
길게 꼬리를 물고 서 있는 참새 떼 짹짹 거린다
목련에 대하여 매미에 대하여 묻고 답하고
입에서 입으로 계절이 넘나든다
작은 것에 감사하는 이의 얼굴은 환하다
빙그레 문밖에서 빼꼼히 들여다보던 초복,

시집 '엄니 조금만 기다려유' '무시래기의 꿈' '물꼬''A형 벚꽃'이 있다.
2014년 인천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한국문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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