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약병아리와 수박
[시] 약병아리와 수박
  • 보령뉴스
  • 승인 2019.07.29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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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강명미

아열대 고기압이 꿈틀거린다

그림자만 얼씬거려도 닭 뒷걸음 치듯 한다

비상대책 회의에서

어느 의로운 죽음에 대하여 논쟁을 벌이다가

그 죽음조차 아름답다고

아낌없이 한 몸 던지는 보시,

양계장이 들썩 거린다

엄마 젖 더 먹어야 하는 400마리 병아리 떼

나란히 줄지어 남동공단 구내식당으로 들어오고

수박들이 한 가득 주방행이다

호텔도 아닌 으리으리하게 옷 입은 음식점도 아닌 구내식당,

인삼 향수 뿌리고 다리 비틀어

냉면그릇에 얌전히 앉아있는 그를 먹겠다고

길게 꼬리를 물고 서 있는 참새 떼 짹짹 거린다

목련에 대하여 매미에 대하여 묻고 답하고

입에서 입으로 계절이 넘나든다

작은 것에 감사하는 이의 얼굴은 환하다

빙그레 문밖에서 빼꼼히 들여다보던 초복,

▶강명미님, 시인, 충남 예산출생, 2014년 계간'시와 정신' 등단
시집 '엄니 조금만 기다려유' '무시래기의 꿈' '물꼬''A형 벚꽃'이 있다.
2014년 인천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한국문인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