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신토불이
[시] 신토불이
  • 보령뉴스
  • 승인 2019.07.04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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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강명미

구내식당에 참새가 날아왔다

그 꽁무니 잡고 허수아비도 봇짐 메고 쫓아왔고

어느 고을 논배미에서 제 몸 알알이 부풀려

인천으로 팔려 온 그를 못잊어 그 곁을 맴돈다

둥글기도 하고 갸름하기도 하고,

화장기 마른 알맹이가 반질반진하다

밥솥에서 도도하게 자세 잡아가며 밥알 송이로 무르익었다

한 숟가락 떠서 입에 넣고 입방아 찧어대면

입 안을 사로잡는 하얀 육질

맛있다 칭찬스티커를 붙여주자 했더니

식당 주인 목에 힘주며

개구리 노래 물들고 메뚜기 오줌에 맑은 햇살,

착한 바람이 연신 들랑 달랑하며 쓰다듬어 주고

밤마다 이슬이 포근히 품어준 것이 비결,

비결이라 도돌이표를 찍는다

구내식당 우린 지금 소꿉놀이 중이다

▶강명미님, 시인, 충남 예산출생, 2014년 계간'시와 정신' 등단
시집 '엄니 조금만 기다려유' '무시래기의 꿈' '물꼬''A형 벚꽃'이 있다.
2014년 인천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한국문인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