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황색신호등
[시] 황색신호등
  • 편집국
  • 승인 2019.05.22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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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강명미

잠깐만요, 도망치지 말아요

내 얼굴 야수 같나요

허공에 매달려 부릅뜬 눈빛 예사롭지 않다고요

차갑지도 넘치게 정열적이지도 않은

그야말로 순하디 순하게 깜빡이는 눈빛인데

새들 이따금씩 내 머리에 앉아 차 구경 신난다 쉬어 가죠

참 이상도 하지요

사람들 나만 보면 생각의 갈피를 뒤적이니

내 의도와 상관없이 내 기척만 보이면 무언가 각오라도 하듯

숨 한 번 들이마시고 도망자처럼

하얗게 그어 논 선의 경계 넘어 달리죠

이따금 달리는 속력에 태풍이 지나가기도 해요

난 누구라도 사랑하거든요

어제는 내 눈빛 따르던 

시험지 정답 같은 그 사람이 폭군 차량에 다쳤어요

차 트렁크가 귀물처럼 비틀리고 찢겨지고

제복 입은 아저씨의 지휘봉이 아수라장을 진정시켰죠

나도 두근거리는 가슴 한참 쓸어내렸어요

사랑은 언제나 그대 편에 서 있는데

그냥 믿고 따라 주면 안 되나요

저울질 하는 사랑, 슬퍼요

▶강명미님, 시인, 충남 예산출생, 2014년 계간'시와 정신' 등단
시집 '엄니 조금만 기다려유' '무시래기의 꿈' '물꼬''A형 벚꽃'이 있다.
2014년 인천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한국문인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