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강명미
잠깐만요, 도망치지 말아요
내 얼굴 야수 같나요
허공에 매달려 부릅뜬 눈빛 예사롭지 않다고요
차갑지도 넘치게 정열적이지도 않은
그야말로 순하디 순하게 깜빡이는 눈빛인데
새들 이따금씩 내 머리에 앉아 차 구경 신난다 쉬어 가죠
참 이상도 하지요
사람들 나만 보면 생각의 갈피를 뒤적이니
내 의도와 상관없이 내 기척만 보이면 무언가 각오라도 하듯
숨 한 번 들이마시고 도망자처럼
하얗게 그어 논 선의 경계 넘어 달리죠
이따금 달리는 속력에 태풍이 지나가기도 해요
난 누구라도 사랑하거든요
어제는 내 눈빛 따르던
시험지 정답 같은 그 사람이 폭군 차량에 다쳤어요
차 트렁크가 귀물처럼 비틀리고 찢겨지고
제복 입은 아저씨의 지휘봉이 아수라장을 진정시켰죠
나도 두근거리는 가슴 한참 쓸어내렸어요
사랑은 언제나 그대 편에 서 있는데
그냥 믿고 따라 주면 안 되나요
저울질 하는 사랑, 슬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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