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벚꽃이 떠나는 길에서
[시] 벚꽃이 떠나는 길에서
  • 이상원 기자
  • 승인 2019.04.17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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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강명미

어디 딴전 피울라 싶으면

도도하게 군다, 싫으면 관두라고

자기만 해바라기 하란다

왔나 싶으면 돌아서는 길 서두르는 A형 벚꽃

여차하는 날, 홀연히 떠나버리는

성질머리가 특급이다

한 번도 먼저 와 손 내밀어 본 적 없고

그나마 봄바람 지나다 슬그머니 말 전해주면

백 리도 마다 않고 찾아 나선다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짓 한심하기 짝이 없지만

연분홍 꽃잎 나풀거리며 언제 그랬냐는 듯

벙글벙글 미소 한 자락 물고 서 있는 그를 보면

어리석은 푸념 한 술 더 뜬다

생각의 걸림돌이 스르르 녹아내리고

영원할 수 없기에 사랑은 그토록 간절한 것인가

이별도 사랑과 한통속인가

꽃비 훨훨 떠나가던 날,

강명미님, 시인, 충남 예산출생, 2014년 계간'시와 정신' 등단
시집 '엄니 조금만 기다려유' '무시래기의 꿈' '물꼬''A형 벚꽃'이 있다.
2014년 인천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한국문인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