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어무이
[시] 어무이
  • 이상원 기자
  • 승인 2019.04.06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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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강명미

햇살 손놀림이 억수로 곱네요

어제까지만 해도 웬 바람이 그리 싸납던지

누비잠바 걸친 4월이 쑥시러워 혼났어요

근디 바람이 감쪽같이 자취를 감추자

이때다 싶은 목련이 하얀 속내 열어 제치고

햇살을 후다닥 잡아 당기네요

어쩌죠 어무이가 지달리던 이 봄,

묵은 눈보라가 불량스럽게 거리를 뒹굴 때부터

병상에서 물 한 모금 못 넘기고

아흔하고도 다섯 해를 링거액으로

생의 어두운 길목만 지키시더니,

이제서야 자식 걱정 다 내려 놓으시고

꽃바람 따라 훨훨 날아올라

아부지 계신 저 하늘나라 꽃이 되셨네요

 

어무이 

어느 새 오십 줄로 머리카락 허옇게 된 이 막내

산소 앞에 계절 꽃 앞세우고

궁금해 하실 얘기들이랑

어무이 애창곡인 찔레꽃도 들려 드릴게요

 

어무이

어무이,

강명미님, 시인, 충남 예산출생, 2014년 계간'시와 정신' 등단
시집 '엄니 조금만 기다려유' '무시래기의 꿈' '물꼬''A형 벚꽃'이 있다.
2014년 인천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한국문인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