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과 사랑은 같다
가난과 사랑은 같다
  • 박용서 기자
  • 승인 2018.12.24 1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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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을현 님

가난이 앞문으로 들어 올 때

사랑은 뒷문으로 나간다 하는데

사랑과 가난을 모두 차지할 수 없을 까

세상에 가난을 바라는 사람은 없으리라

그런 저녁이면

어느 날의 툇마루를 찾아가

거기 느리게 가는 시간을 만나보자

아주 천천히 가난을 맞아들이고

아주 천천히 사랑을 놓아주어야지

내 마음이 멈춘 자리, 봉숭아 꽃망울 터지면

그 눈동자 뛰는 순간들을 모아

사랑과 가난 사이에 징검다리 놓는다

가난 속에서야 비로소 깨닫는 사랑을

비루했던 시간이 간난만은 아니었음을

사랑은 시나브로 가득 차고

가난도 첩첩이 쌓이는 것을

마음에 피어난 꽃들은 그리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가난했던 순간마다 사랑은 그곳을 통과하나니

아, 가난은 죄가 아니라지만 견디기 어려웠다고

사랑은 결코 돈으로 살 수 없었다고

 

사랑이여

가난이 끝나기를 바라지 마라

가난이 끝나면 사랑도 끝나는 것을.....

 

2018.  10.  16.  금목서 향기아래서

시인 김을현 님
시인 김을현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