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최병근
성주산 자락 40번 국도 막장에
숭숭 구멍 난 검은 폐의 꽃잎이 전시되었다.
촘촘히 박힌 갱목이 서서히 좁혀오자
막장을 벗어나는 향일성에 목이 꺾였다.
탄가루가 연보랏빛 꽃잎 위에 내려앉았다
바람이 쌓이고 흐트러지길 몇 번
노란 꽃술은 서서히 고착되었다
까맣게 붙은 저주는 진폐다
산기슭 빼곡히 들어찬 갈탄 버럭 더미에서
광부가 마신 빈 소주병이 바람에 우는 날
보는 이 없이 임종 중인 연탄을 기억하며
성주 석탄박물관 앞의 화석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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