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3안타가 더 대단한 이유, '부챗살 타법'
류현진 3안타가 더 대단한 이유, '부챗살 타법'
  • 김윤환 기자
  • 승인 2013.04.15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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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몬스터' 류현진(26·LA 다저스)이 지난 주말 국내 야구팬들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시즌 2승째를 올리며 한미 통산 100번째 승리를 거둔 의미 있는 활약이었다.눈에 띄는 건 '2승 불꽃투'만이 아니었다. 글러브를 벗고 어색한 배트로 일궈낸 '3안타'가 더욱 화제를 모았다.

류현진은 14일(이하 한국시각) 피닉스 체이스 필드에서 열린 애리조나전에서 6이닝 6피안타 3실점 9탈삼진 호투로 팀의 7-5 승리를 이끌었다. 시즌 2승(1패)째. 데뷔전 포함 3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실점 이하)에 한 경기 개인 최다 탈삼진을 기록한 위력투였다.

류현진의 활약은 마운드 위에서 그치지 않았다. 투수로서 좀처럼 보기 힘든 3안타를 터뜨리며 전문 타자 못지 않은 빼어난 타격감을 과시했다.

그저 운이라 할 수 없는 맹타였다. 3번 타석에 들어서 한 두개도 아니고 무려 3안타를 쳤다. 타자도 한 경기에 기록하기 힘든 활약이다. 실제로 이날 3안타를 기록한 선수는 양팀 통틀어 류현진과 애드리언 곤살레스 뿐이었다. 현지 방송 중계진이 전설적인 홈런왕인 베이브 루스를 빗대 류현진에게 '베이브 류스'라는 별명을 붙인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경기 후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은 "류현진을 써도 되겠다"고 말할 정도였다.

류현진은 앞선 두 번의 등판에서 4차례 타석에 들어서 안타를 기록하지 못했다. '동산고 4번 타자 출신'으로 오랜만에 타격감을 뽐낼 기회를 잡았지만 두 번이나 삼진으로 돌아서며 메이저리그의 높은 벽을 실감할 뿐이었다. 투수가 타석에 들어설 기회가 없는 한국 프로야구에서 7년간 활약했던 류현진의 '어색한 배트'가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류현진의 놀라운 적응력은 타석에서도 빛났다. 과거의 감각을 서서히 되찾은 끝에 히팅 포인트에는 영점이 잡혀 있었다. 2011년 내셔널리그 다승왕(21승)에 빛나는 애리조나 에이스 이언 케네디의 공도 무리 없이 공략할 정도였다. 3회 첫 타석에서 류현진은 케네디의 시속 93마일(약 150km) 직구를 정확하게 밀어쳐 우익수 키를 넘기는 큼지막한 2루타로 연결했다.

투수들이 타석에서 흔히 터뜨리는 '빗맞은 안타'가 아니었다. 적은 힘으로도 타구에 힘을 실을 수 있는 스윗 스팟에 정확히 공을 맞췄다. 타구는 쭉쭉 뻗어 원바운드로 우측 담장을 맞고 나올 정도였다. 확실한 배트 컨트롤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2루타였다.

5회 두 번째 안타도 정타였다. 류현진은 케네디의 89마일(약 143km)짜리 몸쪽 직구를 공략해 유격수와 2루수 사이를 가르는 깔끔한 중전 안타를 터뜨렸다. 불붙은 타격감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았다. 6회 세 번째 타석에서는 케네티의 바깥쪽 낮은 코스로 날아오는 91마일(약 146km) 직구를 배트 끝으로 때려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뽑았다.

타구의 질과 방향 모두가 완벽에 가까웠다. 배트 컨트롤이 어색한 투수들은 타석에 들어서 주로 당겨치려는 성향이 있다. 하지만 류현진은 공의 궤적에 따라 적절한 대응을 펼쳤다. 특히 공을 정확하게 밀어쳐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장타를 터뜨린 장면은 단연 백미였다. 타자 못지 않은 배트 컨트롤를 지닌 류현진의 진가가 발휘되는 순간이었다.

류현진의 타격 솜씨는 타구를 어느 쪽으로도 보낼 수 있는 '부챗살 타법'을 연상케 했다. 특히 다른 타순보다 공격력이 약한 9번 타자로 팀 배팅이 가능한 류현진이 배치될 경우 더욱 수월한 작전 수행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타자들의 도움만 기다리기보다 직접 해결사로 나서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마운드에서, 또 타석에서도 활약을 기대할 수 있는 류현진은 그야말로 '만능형 괴물'로 성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