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아인협회 보령지부 장윤정 사무국장
농아인협회 보령지부 장윤정 사무국장
  • 보령뉴스
  • 승인 2012.12.06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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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4역으로 몸은 만신창이, 마음은 활짝
-수화통역 후 어르신으로부터 받은 고구마가 나의 활력 원천

“몸이 아파 병원엘 가야 하는데 의사에게 아픈 상황을 말할 수가 없어요”

“우리 아이가 자라서 이제는 어린이집을 가야하는데 상담이 필요하지만 한계가 있네요”

“영상 전화기가 고장이 나서 연락을 할 수도 없네요, 고쳐 주세요”

 건청인(일반인을 청각장애인과 구분할 때 쓰는 용어)들에게는 생소한 말들일 뿐이다.   갑자가 들리지 않는 세상이 도래 한다면 누구라도 부딪쳐야 할 현실의 벽이다. 살아갈 방법이 망막할 것 같다.

선천적으로 청각장애를 갖고 태어 난 사람도 있지만 후천적 장애를 비롯해 노령화로 인한 청각장애인으로 진행 되어 가는 인원은 날로 늘어가는 추세다.

보령에도 826명의 청각장애인들이 농아인협회의 관리하에 생활하고 있으며 다양한 재활 프로그램을 통해 생활의 불편을 최소화 하고 있다.

이들에게 다가가 이들의 손과 발이 되고 마음을 열어 그들의 의사를 중계통역하는 이가 있다. (사)한국농아인협회 충남협회 보령지부(지부장 박진수) 사무국장 장윤정(여, 41세) 씨.  그녀를 근무하고 있는 종합사회복지관 안의 보령시수화통역센터에서 서설이 내리는 5일 오후 만났다.

청각장애인과 함께한 세월은 10년이나 됐다. 충남협회에 몸담기를 시작으로 도협회의 이전과 천안센터· 홍성· 청양 등 15개 각 지부의 움직임에도 장사무국장의 손길이 닿았을 정도로 그는 필요한 존재였다.  도협회의 일을 접고 규모가 작은 보령지부에 적을 둔 것의 물음에 “고향 보령에 더더욱 많은 관심과 사랑을 쏟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행사장 연단에서 통역을 하는 수화 통역사만을 생각했던 한계를 뒤로하고 그가 하는 일이 궁금해졌다.  통역지원에는 여러 가지 분야가 있지만 그중에 많은 양을 차지하는 것은 ‘의료통역’, ‘교육지원통역’,‘민원통역’이다. 몸이 불편하거나 자녀들의 진로문제 또는 각종 민원이 생기면 청각장애인은 문자로 지부에 연락한다. 연락을 받은 장국장은 지부차량을 이용해 자신을 필요로 하는 이를 찾아 나선다. 병원일수도, 시청 등의 행정기관일수도, 유치원일수도 있다. 경찰서나 법원에서 이들의 불편함과 부당함을 전달함에 다방면에 전문가(?)가 됐다.

 “처음에는 복장이 신경 쓰였어요. 이들과의 동행에 눈높이를 맞추어 복장을 하다 보니 ‘농아인 데리고 다니니까 옷도 저렇게 아무렇게나 입고 다닌다’라는 소리를 들었어요. 그 다음부터는 줄 곳 정장을 입고 다닙니다. 그들이 언제 어디서 무엇을 원할지는 연락을 받아봐야 알기 때문인데 그곳이 대부분 행정기관이거나 다른 사람과의 대면 자리이더라구요. 그래서 아침에 나갈 때 정장으로 나갑니다. 정장이면 어떤 장소이든지 상관없으니까요”

 

현재 지부에는 장국장을 포함해 3명이 근무하고 있다. 회원관리와 행정적 업무처리 및 각종 교육이수, 그리고 수시로 연락해 오는 맡은바 수화통역이 그의 하루를 이끌고 가기에 몸이 네 개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말하며 웃는다. 그래도 가장 중요한 본연의 수화통역이 끝난 후 이들의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그들의 얼굴에 묻어나는 소박한 웃음에 보람을 찾으며 그들이 건네주는 보자기 안의 고구마와 김치 한포기가 다음을 기약하는 힘이 된다.

이들과 함께하는 동행에 서운함도 있다. “그저 청각장애인이나 데리고 다니면서 월급이나 타먹는 그런 사람으로 비쳐질 때가 가장 힘들었다.”라고 말한다. 말끝에 이 일을 시작하게 된 동기를 물었다. “저에게도 고난의 시기가 있었습니다. 삶을 포기할 정도의 심각성과 내 주변에 아무도 없는 절망감이 짓눌러 왔을 때 어느 날 청각장애인들끼리 웃으면서 수화하는 모습을 보고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다짐했던 것은 내 주위에는 아무도 없지만 저들의 주위에 필요한 존재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한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 계기가 나의 삶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고 지금도 변화되어 가는 중입니다.”

 

년간 치러낸 지부 행사를 보니 숨가쁘게 달려옴을 볼 수 있다. 지난 4월에는 공예교실을, 7월부터 9월까지는 수화교실을 열어 그들의 언어를 교육했고, 아름다운 보령을 위해 환경보호 자원봉사에도 함께 했다. 보령에서 개최됐던 장애인 체전에도 적극 참여했으며, ‘손짓사랑 수화예술제’를 통해 모두가 사랑하는 손짓으로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제 올해의 바램은 어르신 회원들을 모시고 수덕사를 다녀오고 싶습니다. 시 담당부서를 통해 100만원을 지원받았는데 이 지원금으로 무엇을 할까 생각해 보았는데 이 일정밖에는 할 수가 없어요. 그런데도 차량임대와 점심식사로 모신 후 덕산온천 목욕까지를 해드리자면 자금이 여의치 않습니다. 이번 행사에 좀 더 지원이 되길 원했지만 담당부서도 사정이 있겠지요. 그래서 주변분들에게 도움을 청하고 있지만 쉽지 않네요. 좀 도와주세요”<웃음>

 

책상에 앉아서 인터뷰를 하는 동안 또 다른 전화를 받는다. 역시나 중계통역을 원하는 전화인 것 같다. 인터뷰 중이지만 이들의 불편함이 더 먼저다. 나가려는 장윤정 사무국장을 자리에 앉히고 사진을 한 장 찍는다.

환한 미소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