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500여명 현장 따라다니며 “얼굴 보여라, 사형시켜라” 고함
주민 500여명 현장 따라다니며 “얼굴 보여라, 사형시켜라” 고함
  • 김윤환기자
  • 승인 2012.09.03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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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벌어진 나주 여자 초등생 납치·성폭행 사건 현장검증에는 이례적으로 수백명이 몰려 범인 고모씨를 향해 고함을 치며 분노를 쏟아냈다. 현장검증에 사람들이 많이 몰린 것은 최근 강력사건이 잇따르면서 국민들의 흉악범죄에 대한 위기의식이 높아지고 있음을 반영한다.

고씨는 1시간여에 걸친 현장검증에서 비교적 담담하고 태연하게 범행을 재연, 주민들의 공분을 샀다. 주민들은 현장검증 장소를 따라다니며 “모자를 벗겨라” “얼굴을 보여달라” “그래야 저런 짐승이 안 나온다”고 외쳤다.

현장검증은 고씨가 범행 직전 잠시 머물렀던 PC방에서 시작됐다. 1일 오전 11시쯤 고씨가 검은 모자를 눌러쓴 채 경찰 호송차량에서 내려 PC방 앞에 모습을 드러내자 흥분한 동네 주민들과 경찰이 엉켜 PC방 앞 골목길은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경찰은 분위기가 격앙되자 PC방 현장검증을 단념하고 50여m 떨어진 피해자 ㄱ양 집으로 향했다. 그 사이 200여명이던 주민은 500여명으로 늘어났다. 고씨는 먼저 방 안에 잠들어 있던 ㄱ양을 이불에 싼 채 골목길로 사라지는 장면을 담담하게 재연했다. 그러자 주민들은 더욱 격앙된 목소리로 “사형을 시켜야 한다” “평생 감옥에서 살아라”고 소리쳤다.

10개월 된 딸을 업고 나온 장모씨(31)는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느냐”며 “감옥에서 나와 또 이런 일을 저지를까봐 얼굴을 기억하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강모 할머니(64)는 “어린 것에게 그 몹쓸 짓을 한 게 사람이냐”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주민들은 뙤약볕이 내리쬐는 날씨인데도 흩어지지 않고 ㄱ양 집에서 300여m 떨어진 성폭행 현장인 영산강 영산대교까지 따라갔다. 주민들은 영산강 둔치에서 다시 고씨의 얼굴을 보자 욕설을 퍼부었다. 경사진 둔치에까지 주민들이 몰리자 경찰은 인간띠를 만들고 고씨를 다리 아래로 데려갔다. 고씨는 10여분간 ㄱ양을 성폭행하고, 달아나는 상황도 무표정하게 해냈다.

주민 장모씨(73)는 “골목에 가로등도 없고, 순찰도 돌지 않는다”며 당국의 부실한 치안을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