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현, 기술 아닌 로비에 졌다” 레슬링협, 석연찮은 판정 분노
“정지현, 기술 아닌 로비에 졌다” 레슬링협, 석연찮은 판정 분노
  • 김윤환
  • 승인 2012.08.07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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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레슬링협회가 분노하고 있다. 지난 4년간 피땀을 흘리며 준비했던 올림픽 메달의 꿈이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물거품이 됐기 때문이다.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60㎏급 8강전이 열린 6일 오후 영국 엑셀 런던 노스아레나. 조금 전 경기를 마친 정지현(29·삼성생명·사진)이 차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한 채 씩씩거리며 취재진이 기다리는 믹스드존을 그대로 통과했다. 정지현의 ‘금빛 꿈’이 석연치 않은 판정에 날아갔다.

정지현은 하산 알리에프(아제르바이잔)와의 경기에서 0-0으로 맞선 1세트 막판 파테르 상황에서 상대 공격을 잘 막았으나 심판진의 이해하기 어려운 판정으로 실점을 내주고 말았다. 아제르바이잔 코치진이 정지현이 알리에프의 다리를 잡는 파울을 저질렀다며 이의를 제기하자 심판진이 비디오 판독 후 이를 인정했다. 한국 벤치에서 강력하게 반발하며 재차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판정에 사기가 꺾인 정지현은 2세트에서도 분위기를 반전하는 데 실패했다. 한동안 패배의 충격으로 매트를 떠나지 못하던 정지현은 결국 체념한 듯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대표팀은 심판이 판정을 번복하는 과정에서 아제르바이잔의 로비에 의한 편파 판정이 작용했다며 분노하고 있다. 김학열 협회 사무국장은 “파울이 선언된 동작은 상대 공격을 방어하는 수비 과정에서 터치가 됐을 뿐 룰에는 전혀 문제없는 동작이다. 판정에 이의제기를 할 수 있는 타이밍이 지났음에도 어필을 받아준 것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협회 주장에 따르면 메달 획득 가능 종목이 많지 않은 아제르바이잔은 석유 재벌을 앞세워 세계레슬링연맹(FILA)에 매년 최대 수백억원을 지원하는 최대 후원자다. 아제르바이잔은 일함 알리예프 대통령까지 나서 라파엘 마티네티 회장(스위스)을 국빈으로 초청하는 등 로비에 적극적이다. 이에 심판위원장을 겸하면서 경기별 심판을 직접 배정하고 있는 마티네티 FILA 회장의 영향력이 경기에 미쳤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한 대표팀 관계자는 “FILA 회장이 경기 도중 경기 심판진에 인터폰을 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이후 판정이 번복됐다”고 했다.

전날 그레코로만형 55㎏급 준결승에 나선 최규진도 로브산 바이라모프(아제르바이잔)에게 내준 포인트도 편파 판정에 의한 것이라는 지적도 했다. 어쨌든 정지현은 패닉상태다. 지난해 9월 오른쪽 팔꿈치 인대 수술을 받은 뒤 강인한 정신력으로 재기에 성공하며 자신의 두번째 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했던 그의 꿈이 판정 하나에 산산조각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