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격 진종오 “영래야 미안하다”
사격 진종오 “영래야 미안하다”
  • 김윤환
  • 승인 2012.08.05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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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한 발. 둘의 운명이 바뀌었다. 진종오는 후배에게 다가가 “미안하다”고 말했다. 최영래는 아무 말 않고 엉엉 울었다. 최영래는 “금이든, 은이든 중요하지 않았다. 그 때는 메달을 딴 것만으로도 너무 기뻤다. 은메달도 지금 나에겐 최고”라고 말했다.

진종오는 “영래 기분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고 했다. 2004아테네올림픽서 마지막 한 발로 금메달을 놓쳤다. 진종오는 “메달 자체는 기쁘지만 시간이 지나고 마음이 가라앉으면 나를 미워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도 그랬으니까.”

최영래도 선배의 마음을 이해한 것 같았다. “시간이 지나면 저도 그럴지도 모르는데 종오형이 미안할 필요는 없잖아요. 내가 못쏜 거고, 종오형이 잘 쏜 거니까요.”

출발은 최영래가 좋았다. 최영래는 “시사 마지막 발을 쏘는 데 느낌이 왔다”면서 “이렇게 쏘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본선 569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반면 진종오는 “본선이 너무 안좋았다. 선수들은 ‘오늘은 안되는 날’이라는 느낌이 오는데 오늘이 그런 날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진종오는 포기하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게 제 신조다. 더구나 올림픽이니까.” 진종오는 “나 때문에 올림픽 못나온 사람을 생각하면 마지막 한 발까지 헛되이 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중압감이 극대화되는 결선은 역시 베테랑 진종오가 강했다. 최영래는 첫 발이 8.8점으로 좋지 않았다. 최영래는 “너무 부담이 컸다”면서 “어떻게 감을 잡아야 할 지 모르겠더라”고 말했다. 그래도 한 발 한 발 집중했다. 마지막 한 발을 남기고 진종오에게 1.6점 앞선 1위. 최영래는 그러나 마지막 발을 8.1점을 쏴 10.2점을 쏜 진종오에게 금메달을 내주고 말았다.

최영래는 “결선 내내 점수를 보지 않았다”면서 “마지막 발을 잘 못쐈지만 메달을 따서 너무 좋았다. 저절로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변경수 감독은 “누가 금메달을 따든 실수만 하지 말아달라고 빌었다. 다 내 자식들이니까”라고 말했다. 선후배간 금, 은 전쟁의 희비는 갈렸지만 한국 사격대표팀에겐 더 바랄 나위없는 최고의 해피엔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