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가 극찬한 ‘홍명보의 아이들’
BBC가 극찬한 ‘홍명보의 아이들’
  • 김윤환
  • 승인 2012.08.05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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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와 아이들 ‘올림픽 4강’ 지동원 ‘한방’ 이범영 ‘선방’…빅리그 별들 잠재웠다

7만여명의 관중이 빼곡히 운집한 축구경기장. 홈팀 영국 관중의 일방적 응원에도 ‘홍명보의 아이들’은 겁을 상실한 신세대인 양, 종횡무진 그라운드를 누비며 ‘축구종가’의 전사들을 농락했다. 슈팅수 13-6의 압도적 우세. 지칠 줄 모르는 태극전사들의 압박 또 압박에 대니얼 스터리지(22·첼시) 등 프리미어리거들을 앞세운 영국 선수들은 맥을 추지 못했다.

5일(새벽) 영국 웨일스의 밀레니엄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남자축구 8강전. 축구 본고장에서 영국단일팀을 제치고 한국 축구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4강 신화를 일궈낸 홍명보의 아이들. 그들의 쾌거에 영국은 물론 전세계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한국은 전·후반 1-1로 비긴 뒤 연장전을 벌였으며, 승부차기에서 5-4로 짜릿한 승리를 맛봤다. 출전 선수 모두가 승리의 견인차였지만, 이날 승리를 더욱 빛나게 한 영웅들이 있었으니….

■ 벤치 울분 떨군 지동원 선제골 지동원(20·선덜랜드)은 이번에 마음고생이 심했다. 지난해 조광래 감독 시절 축구대표팀에서 잘나가던 주전 공격수였다. 하지만 홍명보호에서는 벤치 신세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2011~12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도 후보 신세를 면하지 못했던 그의 경기력은 예전 같지 않았다. 때문에 홍명보 감독은 그보다는 ‘박지성의 후계자’ 김보경(23·카디프)과 남태희(20·레크위야)를 더 신뢰하고 주전으로 내보냈다. 지동원은 이번 B조 조별리그에서도 3번 모두 교체 출장하는 데 그쳤고,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번엔 달랐다. 김보경을 제치고 왼쪽 측면공격수로 선발 출격한 그는 전반 29분 선제골을 성공시키며 한국팀의 4강 진출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왼쪽 측면에서 기성용(23·셀틱)이 살짝 옆으로 내준 패스를 받아 아크 왼쪽 부근에서 빨랫줄 같은 왼발 중거리슛으로 골문 오른쪽을 갈랐다. 그러나 한국은 오재석(21·강원FC)의 핸들링 반칙으로 전반 36분 에런 램지(21·아스널)한테 페널티골로 동점골을 내주며 어려운 경기를 펼쳐야만 했다.

■ 두 수문장의 선방 이날 수훈갑에서 두 수문장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와일드카드로 출전한 정성룡(27·수원 블루윙스)은 1-1 동점이던 전반 40분 에런 램지의 두번째 페널티킥을 몸을 날려 막아냈다. 중앙수비 김영권(21·광저우 에버그란데)이 문전 쇄도하던 대니얼 스터리지를 몸으로 막다가 페널티킥을 내줬고, 다시 골을 내주면서 패배 위기에 몰릴 상황이었다.

후반 16분 상대의 프리킥을 막으려다 상대 선수와 부딪혀 어깨 부위를 다친 정성룡 대신 투입된 후보 골키퍼 이범영(22·부산 아이파크)의 선방은 한국팀 승리의 결정판이었다. 승부차기 4-4 상황에서 영국의 5번째 키커 스터리지의 강슛이 골문 오른쪽으로 빨려들어가려는 순간 몸을 날리며 막아낸 것이다.

1m99, 94㎏ 거구인 이범영은 경기 뒤 “다른 것은 몰라도 승부차기 하나는 선수생활하면서 진 기억이 별로 없다. 세번 정도 진 것 같다”고 말했다. 비결에 대해서 그는 “영업비밀이다. 은퇴한 뒤 선수들을 가르칠 때 전수할 것”이라고 했다. 이범영은 경기 뒤에는 눈물도 왈칵 쏟아냈다. 2010 광저우아시아경기대회 때 아랍에미리트(UAE)와의 4강전에서 연장 종료 직전 승부차기를 위해 교체 투입됐지만 곧바로 결승골을 허용해 0-1로 진 기억 때문이다. 그는 “그때 생각이 나서 눈물이 났다. 동료들과 안고 울었다”고 말했다.

■ 화룡점정 기성용 영국의 선축으로 시작한 승부차기에서 한국은 구자철(23·아우크스부르크), 백성동(20·주빌로 이와타), 황석호(22·히로시마 산프레체), 박종우(22·부산 아이파크) 등이 차례로 실수 없이 골을 성공시켰다. 그리고 5번째 키커로 나선 기성용이 왼쪽 골문을 가르며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영국 <비비시>(BBC)는 중계 내내 기성용의 플레이를 칭찬했다. 반면 영국의 플레이는 엉망진창이라고 혹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