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런던올림픽에서 연일 석연찮은 판정이 이어지는 가운데 선수들의 당당하고 품위 있는 태도가 답답한 국민들의 마음을 달래주고 있다.
'마린보이' 박태환(23·SK텔레콤)은 남자 수영 자유형 400m 예선에서 스타트 전 몸의 움직임이 있었다며 실격처리됐다. 황당한 실격 판정에도 그는 화를 내지 않았다.
그는 "아직 상황이 어떻게 됐는지 잘 모르겠다"고 침착하게 말했다. 오히려 인터뷰를 하는 쪽이 더 당황했다. 실격이 번복돼 결승에 나선 박태환은 은메달을 땄지만 섭섭해하지 않았다.
박태환은 "나에게는 은메달도 값지다"라면서 "서양 선수가 우승한 것이 아니라 같은 아시아권 선수인 쑨양(중국)이 우승해 축하의 말을 전하고 싶다"며 쑨양을 칭찬하는 대인배의 면모를 보여줬다.
유도 신예 조준호(24·한국마사회)는 유도 66㎏급 8강 에비누마 마사시(일본)와 경기에서 어이없는 판정으로 준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조준호는 심판 전원 판정승을 받고 환호했지만 일본 관중들의 야유와 일본 코칭스태프의 항의로 판정이 뒤집어졌다.
에비누마도 경기 후 "내가 졌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조준호는 "이겼다고 생각했는데 판정이 번복되니 천국에서 지옥을 오가는 기분이었다"며 "하지만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경기 결과에 승복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또 동메달을 따 시상대에 올랐을 때는 시종일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진정으로 기뻐했다.
깜짝 메달의 주인공이 될 뻔했던 여자 펜싱의 신아람(26·계룡시청)은 여자 에페 개인전 브리타 하이데만(독일)과 준결승에서 패했다. 연장 막판 1초가 남은 상황에서 시간이 줄어들지 않는 황당한 해프닝 속에 결승점을 내줬다.
억울한 판정에 신아람을 망연자실했고, 최종 판정이 나올 때까지 1시간 동안 경기장을 떠나지 못했다. 신아람은 억울함에 눈물을 흘리면서도 "관중이 비싼 돈을 주고 경기를 보러 왔는데 1시간 넘게 시간을 끌어 죄송한 마음이다"라는 배려있는 발언으로 마음을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