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아람은 31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엑셀 사우스 아레나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펜싱 여자 에페 개인 3,4위전에서 중국의 순 위지에를 맞아 11-15로 역전패했다.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사상 초유의 오심 판정을 이겨내고 남긴 성과는 올림픽 정신을 더욱 빛나게 했다. 신아람은 앞서 브리타 하이데만(독일)과의 준결승에서 미숙한 경기 운영과 심판진의 어이없는 판정으로 결승 문턱에서 고배를 마셨다. 연장 종료 1초를 남겨 두고 발생한 계측상의 오류가 문제였다. 4번의 대결이 이뤄지는 동안 시간이 흐르지 않았고 결국 하이데만에게 결승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심재명 여자 펜싱대표팀 코치의 거센 항의와 비디오 판독, 심판진의 장시간 회의에도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억울함을 애써 누르고 3~4위전에 나선 신아람의 몸 상태는 이미 정상이 아니었다.
어려운 상황에서 피스트에 오른 신아람은 끝까지 투혼을 발휘했다. 적극적인 공격으로 1회전을 5-3으로 따내며 승기를 잡는 듯 했다. 2회전이 끝날 때까지 9-9로 팽팽한 접전을 펼쳤다. 그러나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역전을 허용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한국 펜싱 사상 여자 에페 최초의 메달은 그렇게 날아가고 말았다. 그러나 최악의 상황을 극복하고 투혼을 발휘한 신아람의 선전에 경기장을 메운 팬들은 힘찬 박수로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믹스트존에 들어선 신아람은 "너무 억울해요. 제가 이겼어요"란 말을 남기며 울음을 멈추지 못했다.
또한 그녀가 3-4위전에 들어서자 모든 관중들이 환호, 박수와 함께 '신아람'을 연호했다. 그들은 4강전에서의 승자가 누구인지를 알고 있었다.
그리고 시작된 3-4위전. 관중들은 신아람이 3-4위전이 아닌 결승에 진출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신아람이 들어서자 모두가 환호성을 지르며 '신아람'을 연호했다. 반면 신아람과 겨룬 순 위지에(중국)가 나오자 커다란 야유가 쏟아졌다. 본의 아니게 악역이 된 것.
이후에도 관중들은 신아람이 점수를 낼 때마다 커다란 환호를 보냈다. 결과는 신아람의 패배. 경기 종료 후에 기립박수 역시 신아람을 향한 것이었다. 이날 여자 에페의 진정한 승자는 신아람이었다는 것을 심판진을 빼고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