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겨울 재래시장에서 만난 할아버지
한 겨울 재래시장에서 만난 할아버지
  • 보령뉴스
  • 승인 2010.12.24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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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벌이는 왜 물어봐 젊은이, 잘못하면 굶겠다 굶어"

요즘 겨울 재래시장은 어떻게 형성돼가고 있는지 2010년 12월 18일 대천 재래시장(5일)을 둘러 보았다. 가을 겆이가 끝난지 오래고 쌀쌀한 날씨에 대형 유통 업체가 입점하여 상권이 분산되었다고 하지만 여느때와 같이 허리굽은 칠팔순 어른신들은 양손에 알 곡식과 채소를 정성스럽게 싼 보따리를 들고 한 푼이라도 더 받아야 되겠다는 일념으로 바쁜 걸음을 재촉하고 있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상인들은 판매를 하기위한 수단으로 트럭 적재함과 노점 자판대에 농, 수산물들을 빼곡하게 진열 또는 쌓아놓고 있었지만 한산해 보였고 기상이변으로 올해 배추 거래값이 폭등세를 보였지만 현재는 다소 안정세로 접어 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역경제 탓 인지 이른 아침 시간에 서둘러 나온 농, 어민이나 상인들은 매기가 예전같이 않다면서 울상을 짓는 표정들이었다. 자판대 옆에 움츠리고 앉아있는 아낙네들이 활기있는 거래로 밝은 웃음을 언제 웃어 보이려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판대 건너편 한 구석에서는 뻥튀기를 튀기는 요란한 소리와 뿌연하게 내뿜는 김으로 쌀쌀한 날씨를 녹이는 듯 해 보였다. 다가서보니 튀겨진 서리태 콩이 뻥튀기 틀에서 쏟아져 나왔다. 엄동설한에 손자들에게 내줄 간식을 장만하러 나왔다는 한 어른신은 올 해는 태풍과 잦은 비로 콩 수확이 예년만 못 했지만 한 겨울에 방학을 해서 찾아오는 손자 녀석들에게 내 줄것을 미리준비해 놓게 되었으니 마음이 흐뭇하다는 말을 이어갔다.

뻥튀기 틀에서 고소한 맛을 내뿜는 뿌연한 김은 군침을 돌게했는데 어렸을때 동네 골목길에서 나무를 들고 순번대로 기다렸던 동심으로 빠져들게 만들었다.

오병의(82세) 어르신은 고령에도 불구하고 50여년째 뻥튀기를 튀겨왔지만 웅천, 대천 5일장 만큼은 하루하루 기다려진다고 했다. 한번 튀기는 값은 5천원이라고 하는데 하루장날에 얼마 벌이를 하느냐고 묻자 "돈 벌이는 왜 물어봐 젊은이" 라며 겸연쩍게 웃음을 짓고 말 문을 열었다. "예전에는 나무에 불을 짚어 튀겨 냈지만 근래는 가스로 대체하기 때문에 비싼 가스값을 공제하고 나면 남는게 없으니 잘 못하면 굶겠다 굶어 이 사람아" 하면서 소탈한 폭소를 자아냈지만 그 웃음이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재래시장의 현실을 대변해주는 듯 했다.

어른신의 소탈한 웃음이 보령지역의 세밑을 훈훈한 바람으로 달구어 열어붙은 재래시장의 매기를 녹여주기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시민기자 주성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