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와 사회 곳곳에서 우리는 남의 말을 듣지 않고 자기 주장만 내세우는 모습을 자주 봅니다. 대화가 이어지지 못한 채 독백으로 흘러가고, 관계는 피로감을 남깁니다. 본디 삶을 풍요롭게 해야 할 인간관계가, 오히려 갈등과 단절을 불러오는 모순된 현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일상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부모와 자녀가 서로의 경험을 존중하지 못해 갈등이 깊어지고, 직장이나 모임에서도 상대의 의견을 외면한 채 목소리만 높이는 모습이 낯설지 않습니다. 그렇게 협력은 사라지고 대립만 남습니다. 이러한 현실을 바꿀 근본적인 힘은 결국 교육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오늘날 학교는 학생의 자유와 권리를 존중하는 가치를 강조합니다. 그러나 권리만 지나치게 강조하는 교육은 공동체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타인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습니다. 자유와 권리는 책임과 균형을 이룰 때 진정한 의미를 갖습니다. 책임 없는 자유는 결국 이기심으로 흐르며, 교실은 목소리 큰 사람의 권리만 보장받는 불평등한 공간이 될 위험이 있습니다. 따라서 교육은 권리와 함께 경청과 겸손을 가르쳐야 합니다.
이 지점에서 인성교육의 필요성이 분명해집니다. 인성교육은 단순한 예절 지도가 아니라, 인간다운 성품과 공동체적 태도를 기르는 교육입니다. 서로 다른 생각을 존중하는 태도, 약자를 배려하는 마음, 공동체를 함께 가꾸려는 책임감은 모두 인성교육의 핵심입니다. 지식과 기술만으로는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 수 없습니다. 인성이 뒷받침되지 않는 지식은 결국 사람을 해치고 공동체를 위태롭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경청은 상대의 말과 마음을 존중하는 자세이고, 겸손은 내 생각이 언제나 옳을 수 없음을 인정하는 태도입니다. 교실에서 학생들이 이를 체험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작은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 친구의 장점을 칭찬하는 것, 다른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 모두 인성교육의 실천이지요. 이런 경험이 쌓일 때 아이들은 건강한 인간관계를 맺는 힘을 기르게 됩니다.
인성교육은 교사가 학생과 온전히 마주할 때 가능합니다. 그러나 오늘날 학교 현장은 그럴 여건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교권은 추락하고, 행정 업무는 교사가 수업과 학생 지도에 전념할 수 없는 구조를 만들고 있습니다. 여기에 아동학대 신고가 뒤따를 수 있다는 불안감까지 겹치면서, 교사들은 학생을 돌보고 지도하는 가장 기본적인 역할조차 주저하게 됩니다. 결국 교육의 본질은 멀어지고, 교실은 신뢰보다 불신이 먼저 자리 잡는 공간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어려움은 교사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곧 교육의 문제로 이어집니다. 교사가 교육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면 학생은 안정된 환경에서 배우기 어렵고, 학부모도 안심하고 아이를 학교에 맡길 수 없게 됩니다. 결국 교권은 교사의 권익만을 지키는 장치가 아니라, 학생들의 학습권과 안전을 보장하고 충남교육의 미래를 떠받치는 토대인 것입니다. 그렇기에 교권 회복과 교사의 본연 역할 보장은 곧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도민 모두를 위한 일입니다.
충남교육은 지식의 축적을 넘어 인성과 공동체 정신을 길러내야 합니다. 경청은 단순히 말을 듣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존중하는 것이고, 겸손은 나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힘입니다. 이와 더불어 충남교육은 교사·학생·학부모가 함께 존중받는 교육을 지향해야 합니다. 그래야 아이들이 성숙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인간관계의 건강함은 결국 경청과 겸손, 그리고 인성교육에서 비롯됩니다.
충남의 교육이 그 길을 열어갈 수 있도록, 저 역시 교육자로서 그리고 충남교육의 미래를 고민하는 한 사람으로서 도민 여러분과 함께 지혜를 모아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