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촉법소년 제도의 개선 없이는 학교폭력 근절도 어렵다 -
- 촉법소년 제도의 개선 없이는 학교폭력 근절도 어렵다 -
  • 보령뉴스
  • 승인 2025.08.24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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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교육혁신연구소, 이병학 소장

 

최근 충남 청양, 논산, 천안에서 연이어 발생한 학교폭력 사건은 충격을 넘어 분노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청양에서는 한 학생이 2년 가까이 동급생들에게 폭행과 금품 갈취, 가혹행위를 당했습니다. 논산에서는 학교 기숙사에서 특정 학생을 장기간 괴롭히며 성추행을 일삼는 사건의 전모가 드러났습니다. 그 뿐만 아닙니다. 천안에서도 피해 학생에게 또래 집단이 지속적으로 폭행과 강요를 일삼는 일이 있었습니다. 가해자 중 일부는 수년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천안 집단학교폭력 사건의 가해자였으며, 촉법소년 학생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피해 학생과 가족은 삶이 무너졌지만, 충남교육청은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원론적인 대책만 반복하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문제의 핵심은 촉법소년 제도입니다. 보통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에 해당되는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 청소년은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고, 소년부로 송치되어 보호관찰이나 상담 명령 같은 가벼운 처분에 그칩니다. 학교 현장에서는 “나는 촉법소년이라 괜찮다”, “전과가 남지 않는다”라는 말이 공공연히 오갑니다. 피해자가 신체적·정신적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는 동안 가해자는 금세 학교로 돌아와 또 다른 학교폭력의 가해자가 되는 불합리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피해 학생을 위한 보호 조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가해자 분리도 신속히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예방교육이 형식적으로 진행되고 있을 뿐, 실제 현장에서 폭력을 막고 피해자를 지키는 효과도 노력도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결국 촉법소년 제도의 허점과 교육청의 소극적인 대응이 맞물려 피해자는 방치되고, 학교는 안전하지 않은 공간으로 남아 있습니다.

충남교육청은 누구보다 이 문제를 잘 알면서도 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습니다. 국회와 법무부 책임으로만 돌리며 피해자 보호와 제도 개선 요구를 외면하는 것은 사실상 직무유기입니다. 교육청이 스스로 피해자를 지키려는 의지를 보여주지 않는다면, 학교폭력은 결코 줄어들지 않습니다.

이제 교육청은 달라져야 합니다. 피해 학생을 위한 긴급 상담과 학적 조정 지원, 가해자의 신속한 격리와 별도 교육, 정규 교육과정 속 예방·회복 프로그램 강화, 강력한 학폭위(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조치가 필요합니다. 동시에 중대한 폭력·성범죄의 경우 촉법소년이라 하더라도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법 개정을 정부와 국회에 강력히 요구해야 합니다. 피해자 중심의 원칙을 행정 전반에 뿌리내릴 때만 학교는 안전한 공간이 될 수 있습니다.

학교폭력은 단순한 학생의 일탈이 아니라 한 아이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는 심각한 범죄입니다. 충남에서 연이어 터진 사건들이 헛된 아픔으로 남지 않으려면 교육청부터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합니다. 이제는 “미성숙하니 괜찮다”는 말로 폭력을 덮지 말아야 합니다. 촉법소년 제도의 개선과 피해자 중심의 행정이 결합될 때, 학교폭력 근절이라는 목표에 한 발 다가설 수 있습니다. 그것이 교육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정의입니다.

「이병학 충남교육혁신연구소」 소장 이병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