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는 우리가 일제로부터 이 땅을 되찾은 지 8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일제가 연합군에게 항복을 통보하고 며칠이 지난 1945년 8월 15일 아침, 라디오 방송을 통해 광복의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달리 정작 당일에는 이 소식을 듣고 반신반의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당시에는 지금처럼 인터넷이나 통신 등이 발달되기 전이기 때문에 시골 같은 경우는 8월 17일이나 18일까지 일본의 항복 소식이 전해지지 않았다고 하지요. 그렇게 갑자기 찾아온 광복이었지만 1948년 8월 15일은 우리가 긴 시간 동안 염원한 새로운 역사의 시작이었고 이는 수많은 선조들의 피와 땀, 희생으로 이루어 낸 것이었습니다.
19세기 말의 조선, 대한제국은 세계 질서의 격변 속에서 점차 자신들의 주권을 잃어갔습니다. 1894년의 청·일 전쟁과 1904년의 러·일 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 결국 한반도를 자국의 세력권으로 편입하고 말았습니다. 1905년의 을사늑약은 한반도 편입이라는 일제의 야욕을 공식화한 것이였으며, 1910년 한일병합조약으로 대한제국은 세계지도상에서 사라지게 됩니다. 이 아픈 역사를 곱씹어보면 당시 대한제국은 내부적으로 정치 개혁과 근대화에 실패하였으며 세계정세에도 눈이 어두워 열강들의 외교적인 지지를 얻는 데에도 무능을 드러내었습니다. 소수의 애국지사들이 나라의 몰락을 막으려 애를 썼지만 몇백년 간 켜켜이 쌓아온 모순들을 몇몇 사람의 힘으로 극복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였습니다.
하지만 우리 선조들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국제 정세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이 연합군에 패망함에 따라 일본이 무조건 항복을 선언한 것이죠. 그러나 광복은 우연히 주어진 선물만은 아니었습니다. 한반도의 광복이 가능했던 것은 국내외에서 끊임없이 이어진 독립운동의 불씨 덕분이었습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미주 지역의 외교 활동, 그리고 국내에서의 민족계몽운동들이 모두 그 불씨를 지켜왔기 때문입니다. 이에 1943년 카이로 회담에서 마침내 한반도의 독립을 보장받기에 이릅니다.
이렇게 되찾은 광복은 우리에게 큰 기쁨이었지만 동시에 큰 도전이기도 하였습니다. 이제 우리는 식민지배를 극복하고 주체적인 국민으로 다시 태어나 스스로 미래를 결정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광복 후 3년이 지난 1948년 8월 15일 가까스로 대한민국이 탄생하였지만 그 과정에서 겪은 분단과 이념대립으로 인한 전쟁은 아직도 완결되지 않은 현재진행의 역사입니다. 따라서 지금의 우리 세대는 1945년의 광복이 아직 완성된 것이 아니며 이는 우리와 미래세대가 계속해서 만들어 나가고 완성해야 할 숙제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가 지금 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첫째, 우리는 역사는 올바로 직시해야 합니다. 과거를 잊으면 같은 비극이 반복될 수 있습니다. 당시 대한제국 국권 상실의 원인을 정확히 이해함으로서 우리는 19세기 말처럼 국제 정세가 빠르게 변하는 오늘날에 역사로부터 교훈을 얻을 수 있어야 합니다.
둘째, 국민들이 단합하고 통합되어야 합니다. 당시 대한제국과 광복 후의 혼돈의 가장 큰 원인인 바로 내부 분열이었습니다. 다양한 생각과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라도 국가의 존립이라는 공통 목표 앞에서는 하나로 뭉쳐야 합니다.
셋째, 국력을 키우고 대한민국을 지지하는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해야 합니다. 대한제국 당시의 선조들이 그토록 갈망했던 것은 스스로를 지킬 힘과 국제사회의 조력이었습니다. 이는 탄탄한 경제력과 과학기술, 문화 역량으로써 이루어 집니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대한제국과는 비교할 수 없는 역량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는 지금에 안주하지 말고 이를 계속해서 지키고 키워나가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학교 교육에서 광복절은 단순한 지식 암기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학생들은 광복절을 지금 우리가 겪고 있고 완성해야 할 ‘살아있는 역사’로써 배워야 합니다. 학생들은 당시의 국제 정세와 식민지 현실을 분석하며 비판적 사고를 기르고, 독립운동가들의 삶을 통해 책임감과 용기를 배우며, ‘오늘의 독립운동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는 토론 능력을 길러야 합니다. 이렇게 배운 광복절은 학생들에게 단순한 교과서 속의 날짜가 아니라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하는 생생한 삶으로써 다가가게 될 것입니다.
많은 선조들은 조국의 빛을 되찾기 위해 목숨을 바쳤습니다. 우리는 그들에게 빚이 있으며 그 빛을 지키고 더 찬란하게 밝혀야 할 세대입니다. 광복절은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매년 우리에게 던져지는 질문입니다.
“나는 오늘, 이 나라의 번영와 미래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이병학 충남교육혁신연구소」 소장 이병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