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숲속의 갈대와 고무나무가 서로 자기가 더 강하다며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싸우고 있었다. 고무나무는 갈대를 보고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흔들리는 네가 무슨 힘이 있느냐고 하며 비난했다. 때마침 갈대가 반박하려 할 때 갑자기 강풍이 불어왔다. 갈대는 허리를 굽히고 바람에 몸을 맡겨 뿌리가 뽑히는 것을 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바람에 꼿꼿이 맞선 고무나무는 뿌리째 뽑혀버렸다. 고무나무는 왜 쓰러진 것일까. 강풍에 맞설 용기는 있었지만 유연함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갈대는 유연함이 있었기 때문에 화를 면할 수 있었다.
사람의 인성을 흑백 논리로 말하면 강함과 유연함, 이 두 가지로 나뉘게 된다. 따라서 강함을 추구해야 하는가, 아니면 유연함을 지녀야 하는가는 모든 사람에게 던져진 화두이기도 하고 성공 처세술의 미션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러나 유연함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선천적인 것이고, 그것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후천적 노력이 필요하다.
생활이 교육이고 교육이 생활이라는 말과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라는 말을 명심해야 된다.
자식은 온실 속의 화초처럼 키워선 안 되며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강하게 키워야 된다. 자식에게 고기를 잡아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자식은 인성(人性)이 바르게 키워야 된다. 자식을 왕자나 공주로 키우면 부모는 자식의 하인이 된다. 자식에게 하인의 법을 꼭 가르쳐야 된다. 대접만 받은 자식은 부모 모시는 법을 모른다.
농사는 금년에 잘못 지었으면 내년에 얼마든지 복구가 가능하지만, 자식농사는 한 번 잘못 지으면 영원히 복구가 어렵다. 자식의 잘못됨은 부모의 몫으로 남게 되고 죽을 때까지 후회한다.
가을에 풍성한 곡식을 수확하는 기쁨은 잠깐이지만, 풍년 든 자식농사의 기쁨은 영원한 것이다.
●시인․수필가 김병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