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수님께서는 유다가 자리를 뜨고 나간 그 순간, 이제 인자가 영광을 받을 때가 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는 세상 적으로 보면 배신과 고난의 시작이지만, 예수님께는 십자가의 길이 곧 하나님께서 정하신 영광의 길이라는 뜻입니다. 하나님은 아들의 순종을 통해 영광을 받으시고, 그 순종의 길을 통해 예수님의 영광 또한 밝히 드러내십니다. 여기서 말하는 영광은 세속적인 승리나 눈에 보이는 결과가 아니라, 자신을 내어주는 사랑의 결정체이며, 고난 속에서도 하나님의 뜻을 따르는 순종의 아름다움입니다.
예수님은 이제 제자들과 잠시 이별하게 될 것임을 알리시며, 그들에게 ‘새 계명’을 주십니다. “서로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이 말씀은 단순한 윤리적 요청이 아니라, 예수님 자신에 삶과 죽음을 통해 이미 보여주신 사랑의 길을 따르라는 제자도의 핵심 명령입니다. 이는 레위기 19장 18절의 이웃사랑과 유사해 보이지만, 훨씬 더 깊고 새로운 의미를 가집니다. 예수님은 사랑을 단지 감정이나 우정으로 여기지 않으셨습니다. 사랑은 마음의 따뜻함이 아니라, 자신을 희생하고 낮추는 의지적 행동이며, 가장 깊은 헌신의 표현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이 사랑을 제자들이 서로 실천하게 될 때, 세상은 그들을 통해 예수님의 제자 됨을 알게 된다고 하십니다. 교회는 탁월함이나 변증, 규모로 제자 됨을 드러내는 것이 아닙니다. 세상이 교회를 바라볼 때 주목하는 것은 그 공동체가 얼마나 서로를 사랑하느냐는 것입니다. 용서와 연민, 수용과 존중, 감사로 이어지는 사랑의 관계가 교회의 선교적 힘의 근원이며, 프로그램보다 강력한 메시지입니다. 교회는 사랑하기 위해 모이는 공동체입니다.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모습 자체가 곧 이 세상을 향한 복음의 가장 강력한 설득이 됩니다.
예수님께서 주신 새 계명은 교회의 정체성이며, 예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길입니다. 우리가 예수님의 제자라면, 그 증거는 서로 사랑하는 데서 나타납니다. 이 사랑이 세상을 변화시키고, 제자 된 우리를 세상 속에서 빛나게 합니다. 그러므로 교회는 오직 사랑함으로 존재를 증명하는 공동체이어야 합니다. 예수님이 그러하셨듯이, 우리도 사랑함으로 살아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