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여해의 문학 에세이
류여해의 문학 에세이
  • 보령뉴스
  • 승인 2024.12.23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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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사람에게는 이별은 없지'

 

 

 

 

 

 

 

 

류여해 문학에세이 표지
류여해작, 사랑하는사람에게는 이별은 없지

 

 

 

 

/류여해 그림/류예지

발행일: 20241223

ISBN: 979-11-982810-3-6 03810

가격: 18,000

폐이지 240p

판형: 140x205

분야: 문학, 에세이 #엄마##죽음##치매#이별#사랑

 

책 소개

 

 

엄마의 암 진단과 투병 생활 그리고 죽음까지

남겨진 딸들이 기록한 그리움과 위로의 글들

 

 

슬픔을 기록하기로 하다

2008417일부터 2024722일까지의 엄마의 투병 일지를 자매가 책으로 만들기로 한 것은 세상의 모든 딸들이 겪을 엄마의 부재를 준비하고 대응하는 법을 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엄마와 딸의 관계는 그 어떤 인간관계보다 묘하다. 딸에게 엄마는 최초의 친구이자 삶의 본보기이며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고 따라가야 할 단 하나의 존재이다. 수없이 다투고 미워하지만 또 누구보다 서로를 사랑할 수밖에 없고 그리워할 수밖에 없는 것이 바로 엄마와 딸이다. 딸에게 엄마는 세상의 전부이며 엄마에게 딸은 세상 하나뿐인 거울이다.

슬픔을 기록하는 것은 남겨진 자매에게는 고통과 같은 시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다시금 엄마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이제야 제대로 마음으로부터 보내드릴 수 있는 시간이 되었을 것이다. 큰 딸은 그 기억을 살려 글을 쓰고 작은 딸은 글에 영감과 그리움을 더해 그림을 그렸다. 수 많은 부모를 떠나보낸 자식들에게 이 책은 적잖은 위로와 공감을 건네준다.

 

당연하다고 느낀 존재의 부재는 우리를 어른으로 만든다

암 진단을 받고, 여러 가지 항암 치료가 이루어지고, 뇌전이에 따른 방사선치료 그 이후 인지장애가 생기고, 결국 엄마가 소변줄과 콧줄에 의지해 누워만 계실 때에도 저자는 나에게 엄마가 있다는 사실에 안도했었다. 그러나 사망 선고가 이뤄지고 그토록 살리려고 애썼던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엄마의 죽음이 마치 아무것도 아닌 일처럼 절차에 따라 한 줌의 재로 남겨졌을 때 지독한 허무함이 밀려왔다. 슬퍼할 겨를도 없이 장례식장을 결정하는 것부터 모든 것을 가족들이 이성적으로 결정해 나가야만 한다는 것이 참 이상하게 여겨졌다. 그렇게 엄마가 남긴 것들을 하나하나 정리하며 저자는 당연하다고 여긴 존재의 부재가 어쩌면 가슴속의 어린아이를 떠나보내고 어른으로 자라게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저자는 엄마의 장례식을 마치고 나서야 비로소 어른이 된 것 같다고 고백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이별은 없지항상 그리워할 테니

박사 학위를 위해 저자가 독일에 있는 동안 엄마와 주고받은 메일에는 한 없는 사랑이 담겨 있다. 컴퓨터를 사용하는 것이 비록 서툴지만 엄마의 메일 한 자 한 자에는 딸에 대한 그리움이 배어 있다. 이 책의 제목은 언젠가 딸을 위해 엄마가 보낸 메일의 제목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이별은 없지. 항상 생각하고 항상 그리워하니까.” 유학 간 딸이 보고 싶지만 꾹 참아야 했던 엄마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문장이다. 딸은 엄마가 이 세상을 떠나고 나서야 그리움의 진짜 의미를 알았다면 엄마는 살아서도 딸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살았을지 모를 일이다. 그러니 저자는 부모의 죽음이 두렵고 무섭더라도 후회 없이 마음껏 사랑하라고 말한다. 곁에 있는 가족이 떠나기 전에 그 무엇보다 지금이 소중하다는 것을 잊지 말기를, 지금이 너무나 아까운 시간이라는 것을 기억하기를 바란다.

 

그리움은 산 자의 특권

추억은 산 자의 점유

나는 엄마를 그리워하고 엄마를 추억한다.

 

50여 년 나의 엄마로

나는 50여 년 엄마의 딸로

우린 그렇게 사랑했다.

 

내가 하늘 갔을 때 우리 엄마가 날 안아주겠지.

만금 같은 내 딸아라며.

그리고 지금은 하늘에서 날 보며 엄마는 이렇게 말을 하겠지.

내 딸아, 너는 할 수 있어 넌 내 딸이니까.”

--본문에서

 

 

책 속에서

 

사람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부모님을 하늘로 보내고 장례를 치르는 일을 하게 되는 것이 순리다. 부모를 보내는 것은 순리지만 반대로 자식을 먼저 보내면 얼마나 가슴이 미어질까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죽음을 만나보니 생각했던 것과 너무나 다른 느낌이다. 어른이 된 느낌이 든다. 엄마의 죽음과 장례식을 치르면서 어른이 된 것 같다. 장례식을 치른 뒤 바로 이어진 나의 생일을 맞으니 참 묘한 느낌이 든다. _19

 

긴 시간을 떨어져 지내다가 한국에 귀국했을 때 나는 박사가 되어 있었고, 모교에서 바로 강의를 하기 시작했으며, 대법원에 전문직 재판연구관도 되어 돈을 벌 수 있었다. 엄마는 곁에 있는 나를 보며 행복해했고 잠든 나를 보며 꿈인가 생시인가했다. 나도 더 이상 가족과 떨어져 있지 않아도 되니 너무 좋았다. 좋아하는 국수를 매일 먹을 수 있어서 참 행복했다. _60

 

살아가면서 잊을 수 없는 날들이 몇 번이나 있을까. 나는 2024721을 잊을 수가 없다. 20일 토요일부터 엄마가 열이 나고 혈압이 떨어져서 22일 새벽 중환자실로 들어갔다. 몇 번이나 그랬듯이, 언제나 그랬듯이 또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 우리 엄마는 기적처럼 나았으니까. 긴 시간 내 곁에서 그랬으니까. 엄마는 내가 이별을 무서워하는 것을 아니까. 우리 엄마는 다 아니까. 날 두고 가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_111

 

엄마가 오래 버텨준 건 날 위해서란 걸 알았다. 가시기 전에는 내가 엄마를 잘 돌보고 있고 내가 엄마를 살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맛난 것을 드리며 엄마를 위해 드린다고 생각했다. 그런데그게 아니었다. 우리 엄마가 날 사랑해서 버텨준 것이었다. 내가 감당할 수 있을 때까지, 그 시간까지 버텨준 엄마. 그것이 사랑이었다. 딸이 슬퍼하지 않게 엄마는 악착같이 버텨준 것이었다. 내가 다 할 수 있을 때까지, 내가 덜 슬플 때까지. _141

 

엄마의 장례식은 예뻤다. 욕심부리지 않아서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화려하지 않아서 잘했다고 생각했다. 너무 많은 곳에 연락하지 않고 엄마의 유언대로 잘 따랐다. 수의도, 입관식도, 엄마의 산소도 그리고 지금 산소의 꽃들도 이제 평화롭다고 생각한다. 엄마는 이제 안 아프고 평화로울 것이며 외할머니와 함께 즐겁게 이야기를 나눌 것이라 믿는다. 안락사와 존엄사에 대한 학자로서 많은 글을 쓰곤 했지만 막상 이렇게 엄마의 죽음 앞에 그 주제는 참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_167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별은 없다. 내가 두려워했던 이별은 없었던 것이다. 5살 아기를 보냈다. 내가 생각하고 두려워해왔던 이별은 원래 없는 것이었는데. 이제 깨달았지만 아마 그것도 때가 되었기에 지금 깨달은 것이겠지. 울고 있던 5살의 어린 여해에게도 이별을 고했다. _190

 

 

 

작가 소개

 

글 류여해

건국대학교를 졸업하고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석사 과정을 마쳤다. 이후 독일로 건너가 예나대학교Friedrich-SchillerUniversita Jena, Deutschland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일하며 법리해석, 해외 사례 연구 등을 통해 대법관들의 판결을 도왔다. 이후 국회 법제실로 자리를 옮겨 법제관으로 근무하며 입법에 관한 법제 업무 경험을 쌓았다. 현재 아시아투데이 객원논설위원, 아투티브이 류여해 적반하장 진행자, 법무법인해 수석상임고문을 역임하고 있으며 수원대학교 특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림 류예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하고, 이화여자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미술교육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술세계대상전, MBC미술대전, 매일미술대전, 창작미술협회전 등에서 수상을 하고 작가공모전에 당선되었다. 10여 회의 개인전과 수많은 기획전, 아트페어 등에 참가해 예술세계를 펼치고 있으며, 20년째 한 남자고등학교에서 미술이 아닌 감성과 예술을 가르치고 있다. 호서대학교, 노화랑, 서초구청, 법무법인 ', 조계종 흥천사 등에서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목차

 

프롤로그 7

1

그리움에 별을 헤다 14

202489일 생각 18

이별이 두려운 그대들에게 22

엄마가 쓴 육아일기 29

시계와 반지 33

우리 엄마는 언제나 멋쟁이 34

매일 국수를 만드는 엄마 35

출국 한 달 만에 다시 한국으로 38

엄마 반찬이 6개월 만에 도착했다 41

엄마의 메일은 나를 위한 기도 44

2

행복과 불행은 함께 온다 60

바로 수술 잡아주세요 62

서점에 달려가서 책을 사다 64

수술은 제일 쉬운 시작이었다 66

약과의 전쟁 70

올 것이 왔다 74

우울증이 오다 76

감기약 부작용 81

아기를 돌보듯 82

카톡을 가르치고 폰을 손에 쥐게 하고 84

엄마의 옷 85

뇌 전이 전뇌방사선 87

검진 때마다 피가 마르고 90

엄마랑 자주 싸우게 되다 92

엄마가 사라졌다 94

함께 사는 삶은 쉽지 않았다 96

엄마는 새집을 기억하지 못했다 99

누군가가 필요하다 100

이모님과 함께하다 102

매일 사라지는 엄마의 기억 104

조금씩 잃어가는 엄마의 삶 107

결국 중환자실로 111

3

하늘로 떠난 엄마 116

장례식장 결정 120

장례식장에 내가 어울리지 않게 서 있다 123

엄마가 따뜻한 상자로 돌아오다 127

용인천주교묘원 130

삼우제 133

흥천사 49135

웃고 있는 영정 사진 137

세 번의 꿈 138

그것이 엄마의 사랑이었다 141

엄마의 유언장 143

운이 좋아지는 100가지 방법 145

엄마 없는 하늘 아래 148

모두에게 그런 날이 온다 150

내가 오늘도 열심히 살아야 하는 건 153

빛이 되어 빛을 찾아가는 길 158

죽음을 체험한 사람들의 이야기 162

죽을 권리, 아름답게 죽을 힘 165

연명의료결정제도 170

엄마의 사망신고를 하다 173

천국을 준비할 시간이 남아 있다면 176

죽음은 내게 커다란 질문을 던졌다 179

잘 죽는다는 것 182

엄마의 기억을 따라가며 185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별은 없지 188

꽃을 바치다 192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 196

추억여행을 마치며 199

엄마의 모든 것을 정리하다 200

엄마가 내게 남긴 것들 202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