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르는 투석환자 재난 대응 방법
아무도 모르는 투석환자 재난 대응 방법
  • 보령뉴스
  • 승인 2023.04.06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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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생 시 투석 중 대처, 식단, 상비약 등 숙지할 수 없어 위험해

 

재난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고 간절히 바라는 것 중 하나이다. 재난의 규모도 예측하기 어렵고, 누구나 재난의 대상이 될 수 있기에 그렇다. 장애인은 특히 챙겨서 고려해야할 사항들이 많다. 신장장애인은 외향 상 비장애인과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오히려 더욱 취약하다. 작년 경기도 투석병원 화재로 대피 못한 신장장애인 4명이 사망했다. 코로나19 감염병 재난으로 격리된 동안 식단관리가 어려워 4일 동안 다른 음식 없이 캔영양식으로만 식사해야 하는 상황도 있었다.

문제는 재난 상황에서 의료기관 종사자뿐 아니라 당사자도 대응 방식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 위험에 처하게 된다는 것이다. 당사자와 의료기관 모두가 쉽게 숙지 가능한 매뉴얼이 배포되어 재난 상황에 잘 대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영정 사무총장(한국신장장애인협회)은 “재난이 일어났을 때 가장 큰 문제가 투석환자 40명이 동시에 5분 안에 바늘을 빼고 나와야한다”고 하면서 “간호사가 지원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 개인이 숙지를 하고 바늘을 빼고 나올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난 상황이 발생하면 신장장애인은 평소처럼 투석하는 것이 불가한 상태가 되며,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생명에 큰 위협이 된다. 투석 중 재난이 발생하면, 과다 출혈이나 바늘의 세균감염 등을 방지하기 위한 처치가 필요하다. 외부에서 제공되는 식단은 함부로 섭취할 수 없다. 바나나나 땅콩, 우유 같이 칼륨이 풍부한 식품은 고칼륨혈증을 유발해 사망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지속적으로 투석해주어야 생존할 수 있는데, 재난 시 한 병원에 투석해야 하는 사람들이 몰려 지체되거나 거부당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의료기관은 신장장애인이 특히 많이 이용하는 기관이기에 매뉴얼을 숙지해야 한다. 장애인 건강보건통계(2022)에 따르면, 신장장애인의 1인당 입·내원일수는 평균 145.8일로, 2.5일에 한 번 꼴로 병원 방문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전체 유형 기준 평균 입·내원일수가 54.9일임을 고려하면 모든 장애유형 중 가장 많이 입·내원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입·내원하여 단순 진료를 받는 것이 아니라 3~4시간을 투석하는 데 시간을 보낸다.

한편, 전국 1,234개소의 투석병원 중 신장장애의 특수성을 반영한 매뉴얼을 소지한 병원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전체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재난 대응 매뉴얼은 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에서 제작한 ‘재난 취약 유형별 재난안전 가이드’나 보건복지부에서 발간한 ‘의료기관 화재안전 매뉴얼’ 등이다. 필수적이기는 하나 대부분 공통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으며 신장장애 특수고려사항(상비약, 식단, 투석병원 연락망 등)만 따로 정리한 매뉴얼은 없다. 조성민 솔루션위원은 “맹점은 당사자가 스스로 움직여야 하는데, (현 매뉴얼은) 누군가가 도와줘야한다”며, “당사자 중심으로 개편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참고로 지진 등 재난이 자주 일어나는 옆 나라 일본에서는 이미 투석환자 대상 매뉴얼을 병원에서 배포하고 있다. 투석 중 정전 발생 시 수동으로 자가 수혈 하는 방법, 고칼륨혈증 대비 소지해야할 약품 종류와 복용 시기, 보건소 및 병원 등 긴급연락망 등을 포함하고 있다.

재난을 예방할 수 없다면, 적절한 대응을 통해 피해 규모를 최소화하기라도 해야 한다. 신장장애인은 당장 그 재난 상황을 벗어나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 투석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움직임이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특수성을 반영한 매뉴얼을 제작해 의료기관 종사자는 물론, 당사자들까지 기본적인 대응 방법을 숙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에 장애인제도개선솔루션은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에 신장장애 특수성을 반영한 재난 대응 매뉴얼을 제작하고, 투석병원 및 관공서 등에 배포할 수 있도록 요청했다.

장애인제도개선솔루션은 20명의 장애인단체 실무책임자이자 장애전문가들이 모여 일상 속 문제해결을 위해 논의하고 건의하는 회의다. 해당 안건에 대한 진행 경과는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홈페이지(http://kodaf.or.kr/) 제도개선 메뉴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23. 4. 6.

장애인제도개선솔루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