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폐광지역 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 기한 연장을 반기며
[기고] ‘폐광지역 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 기한 연장을 반기며
  • 보령뉴스
  • 승인 2021.08.21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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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계숙 보령탄광문화유산연구소장
▲송계숙 보령탄광문화유산연구소장

얼마 전 우연히 보령문화유산 해설사 A씨를 만났다. 그는 보령 원도심에 상가를 가지고 있는 건물주이기도 한데, 청년창업 공간으로 무상 임대를 주기도 했다. 평소 보령시 도시재생사업에 적극 참여해 시민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A씨와는 문학회 활동도 함께 하고 있다. 석탄박물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그가 탄광문화 보존에 대해 남다른 시각을 갖고 있음을 알았다.

충남 보령시 성주면에는 대한민국 최초의 석탄박물관이 있다. 필자는 2008년 보령시 동대동에서 성주면으로 이사를 하면서 본격적으로 탄광산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귀가 하거나 시내로 나갈 때면 반드시 석탄박물관을 지나야 한다. 석탄박물관이 예사로 보이지 않는 건 강원도 정선군 정암광업소에서 순직한 광부 ‧ 둘째 형부 때문이었을 것이다. 한 가정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의 부재는 유가족에게 슬픔을 넘는 고통이 수반 된다. 

보령 탄광은 폐광한 지 30년이 넘는다. 정부는 ‘연탄 파동’을 겪으면서 다양한 연료 공급에 대한 대책을 세웠고, 관공서의 난방을 유류로 대체하는 등 1989년 석탄산업합리화 정책이 시작되면서 하나 둘 문 닫는 광업소가 늘어났고, 보령의 석탄산업도 1994년 심원탄광이 폐광하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폐광지역의 황폐화는 급속도로 빨라져 보령도 위기를 맞는다. 산업위기는 실직과 인구감소· 폐교 등 지금도 진행되는 가운데 심지어 급속한 인구소멸 지역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정부는 폐광지역 위기 극복을 위하여 1995년 ‘폐광지역 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만들며, 이를 근거로 25년 넘게 3조 원 넘는 공적 자금을 폐광지역에 지원했지만 폐광지역은 활성화되지 않았고 주민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에 폐광지역 7개 시장∙군수는 행정협의회를 구성하고 범시민 서명운동을 전개하며, 산자부 등 정부 관계 부처를 찾아가 폐광지역 지원을 위한 방법을 모색했다. 그 결과 지난 2월 26일 폐특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 주요 골자는 폐특법 적용시한 20년 연장과 폐광기금 산정방식이 카지노업 당기순이익 25%에서 총매출액 13%로 변경되어 향후 폐광지역에 대한 지원기금이 증가할 것이다. 이는 폐광지역의 주민으로서 분명히 반가운 일이나, 지난 25년 방식 그대로라면 앞으로 20년을 연장한들 주민 생활이 달라 질까 의문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정부차원의 체계적인 지원도 중요하겠으나 그것은 정부의 몫으로 남겨두고 폐광지역주민으로서 지원기금이 폐광 지역민을 위해 더 많이 사용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기를 바란다. 

그런 측면에서 보령시의 조직 개편에 박수를 보낸다. 보령시는 지난 7월 에너지과를 신설하고 폐광지역지원팀을 만들었다. 폐광기금 지원 기한이 20년 연장 된 시점에서의 적절한 개편이라고 생각된다. 다만, 폐광지역지원팀이 더 적극적이고 전문적인 방법으로 접근하여, 폐광지역 주민들의 정체성을 찾아주고, 대한민국 경제의 견인차였던 탄광산업에 목숨을 바친 광부들의 삶을 재조명 해주기를 바란다. 

폐광지역 7개 시∙군 중 가장 대표적인 폐광지역인 강원도는 석탄산업유산 유네스코 등재 추진위원회(위원장 김태수)를 구성하고 범시민 차원에서 학술연구 및 세미나 · 아카이브 구축 방법에 대한 강의 등 꾸준히 활동해 오고 있다.

7개 시군은 충남 보령시를 비롯한 강원도 태백시 삼척시 정선군 영월군 · 경북 문경시 · 전남 화순군 등이다. 충남 최대 탄전지역으로 전국 생산량의 10%를 차지할 만큼 경제발전에 이바지한 보령은 대한민국 최초로 석탄박물관이 건립되었다는 것 외에 탄광문화유산에 대하여 언급되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제 폐광기금 지원 기한이 연장되고 그 지원금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에 보령도 시민과 행정 · 전문가가 거버넌스를 구축하여 광부들의 희생을 조명하고, 탄광문화유산을 보존하고 발굴하려는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폐광지원 기금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방법론이 민관의 협력으로 다각도에서 분석되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강원도와 연계하여 보령시 석탄산업 역사자료와 유물이 유네스코에 등재되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폐광지역의 경제 활성화는 탄광문화유산의 발굴과 보존에서 비로소 시작된다고 감히 단언한다. 

보령석탄박물관이 있는 성주면의 성주산은 어딜 가나 폐광구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곳 어디에는 카페가 들어섰고, 어디는 버섯장이 줄지어 들어섰다. 폐광의 흔적이 지워지고 있는 것이다. 폐갱도의 찬바람을 활용한 대체 산업의 부흥은 분명 반길 일이다. 그러나 모두 사라져버리기 전에 탄광산업의 유산이 역사로 기록되기를 바란다. 그래야 숱한 광부들의 목숨 값에 진 빚을 조금이나마 갚을 수 있지 않겠는가. 

오는 9월이면 새로 바뀐 폐특법이 적용된다. 이에 보령탄광문화유산 연구소는 강원도 석탄산업유산 유네스코 등재 추진위원회(위원장 김태수) 및 탄전문화연구소(소장 정연수)와 함께 학술연구 및 세미나 등을 개최하여 사라져가는 보령의 탄광문화유산을 보존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을 해나갈 계획이다. 부디 뜻있는 시민들의 호응과 적극적인 참여로 석탄박물관과 연계한 탄광문화콘텐츠 개발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미력하나마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

 

출처 : 프레시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