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파면까지 스스로 발목 잡은 결정적 악수들
朴대통령 파면까지 스스로 발목 잡은 결정적 악수들
  • 김윤환 기자
  • 승인 2017.03.10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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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인정' 1차 담화..'조건부 사퇴' 3차 담화

박근혜 대통령의 동물적 정치 감각은 이번 탄핵 정국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박 대통령은 악수(惡手)를 반복하며 헌정 사상 첫 대통령 파면이란 불명예를 피할 수도 있는 기회를 결국 놓치고 말았다.

최순실씨 국정 농단 의혹이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정국으로까지 번진 방아쇠는 다름 아닌 박 대통령의 입이었다.

지난해 10월24일 JTBC가 최씨의 대통령 연설문을 포함해 국정 개입 정황이 담긴 태블릿PC를 보도하자 청와대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보도 다음날에도 이전과 달리 이를 부인하지 않은 채 상황을 파악 중이라는 말만 반복했다.

청와대는 침묵을 지켰고 박 대통령은 직접 나섰다. 박 대통령은 다음날인 25일 1차 대국민 담화를 갖고 연설문이나 홍보 등 분야에 대한 최씨의 역할을 인정했다.

박 대통령은 당시 "제 입장을 진솔하게 말씀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좀 더 꼼꼼하게 챙겨 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고 했지만 국민들은 박 대통령이 인정한 최씨 존재에 경악했고 민심은 급격하게 돌아섰다.

이후 청와대 참모진 사이에서도 1차 대국민 담화에서 보인 대응 방식을 후회하는 목소리가 계속해서 나왔다. 보도 하루 만에 너무 빨리 박 대통령이 최씨 역할을 직접 언급해 사태 악화를 불러왔다는 판단에서였다.

박 대통령이 자진 사퇴해 탄핵만은 피하는 방법도 있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1월29일 3차 대국민 담화를 발표, "제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며 "여야 정치권이 논의하여 국정의 혼란과 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되게 정권을 이양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 주시면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야당은 박 대통령의 조건부 하야 의사의 진정성을 의심했다. 박 대통령이 거취 문제를 국회에 넘기고 개헌까지 바라보는 꼼수를 발휘했다는 부정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3당 대표는 다음날인 30일 박 대통령의 임기 단축을 위한 여야 협상에 응하지 않기로 했다. 3차 담화 내용이 탄핵을 지연하려는 정략적 의도가 의도만 있다는 판단이었다.

결국 박 대통령 탄핵안은 지난해 12월9일 국회 문턱을 넘었고 이날 선고까지 이어지게 됐다.

탄핵안 가결 이후 박 대통령의 장외 여론전이 오히려 역풍을 불러왔다는 분석도 있다. 검찰과 특별검사팀 조사를 받겠다고 약속했다가 뒤집고, 헌법재판소에서 직접 소명할 수 있는 기회도 저버린 채 지지층을 겨냥한 주장에만 집중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결정적 시점들에도 본질적인 문제는 박 대통령이 자초한 최씨 국정 농단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 대통령이 헌법을 지키지 않아 파면된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될 수밖에 없었단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