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과 안철수 대표 자만하면 안 된다
국민의당과 안철수 대표 자만하면 안 된다
  • 김윤환 기자
  • 승인 2016.04.18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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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 정치세력…건강한 제3당 탄생
-민생국회를 선도하는 큰 역할 기대

이번 총선에서 여야는 공천 과정에서 친박에 의한 보복 공천, 김무성 대표의 '옥새 파동', 친노·운동권의 비례대표 명단 뒤집기 등 끝없는 막장극을 펼치며 국민을 우롱했다.

또한 선거운동이 시작되자 미친개 날뛰듯이 지역감정을 부추기고 실현 가능성도 없는 선심 공약들을 마구 쏟아냈다.

여야의 공약을 다 합치면 1100만개의 일자리가 생기고, 지하철 역도 수십 개가 늘어나며 공약 실현에 드는 돈은 280조원이 넘어 무책임의 극치를 보여주며 국민을 볼모로 잡고 '안되면 말고'식의 선거 공약을 남발했다.

이번 선거를 통해서 대한민국 국민이 얼마나 현명하고 전략적인가를 보여주는 한 차원높은 선거문화를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제를 살리지 못한 정부와 오만하고 불손한 새누리당에 일침을 가하며 122석이란 초라한 의석을 안겨주었고 더불어민주당에겐 123석의 제 1당으로 올려놓으면서 소통과 섬김의 정치를 하라는 메시지를 던져주었다.

지역구에서 25석에 그친 국민의당이 비례대표에서 13석을 차지한 것은 우리 정치사에서 유례가 없는 일이다. 국민의당 지지율 26.74%는 제1당으로 도약한 더민주 지지율 25.54%를 훌쩍 뛰어넘는다.

국민은 이번 총선을 통해 박근혜 정권의 오만과 무능과 퇴행을 심판했다. 오기와 전제적(專制的) 독선으로 국민을 얕보고 민심을 거스른 대통령과 박근혜 정권에 분노한 유권자들이 참다 참다 못해 마침내 정부·여당에 큰 회초리를 들었다.

사사건건 정부·여당의 발목을 붙잡고 늘어져 ‘반대를 위한 반대’만을 일삼아온 더불어민주당의 치유 불능인 운동권 식 행태에 대해서도 국민은 넌더리를 내고 절망한 지 오래다. 그야말로 '막장'에 이른 한국 정치에 대해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 이대로는 도저히 안 된다’며 ‘건강한 제3당’의 출현을 바라는 유권자의 기대가 특정지역의 지지에 머물지 않는 전국적인 교차투표로 이어져 국민의당이라는 신생 정치세력을 탄생시킨 것이다.

38석을 차지해 단숨에 원내교섭단체를 이룬 '녹색 바람'의 발원지가 호남이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국민의당이 ‘호남당’에 그치지 않고 ‘전국정당’으로 도약할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는 점에서도 의미는 작지 않다.

국민의당은 20년 만에 등장한 제3 원내교섭단체다. 유권자들이 국민의당에 굳건한 제3당의 지위를 부여한 이유는 자명하다. 국민의당이 내건 글자 그대로의 '새 정치'를 해 달라는 것이다. 뒤바뀐 제1당과 제2당이 모두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제3당이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무엇보다 민생은 안중에 없고 정쟁에만 매몰된 국회의 모습에서 벗어나게 해 달라는 주문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그동안 새 정치를 말하면서도 그 실체가 무엇인지 보여 주지는 못했다. 국민이 귀를 기울이고 관심을 갖고 기대할만한 정책도 별로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오히려 유권자들에 의해 국민의당이 앞으로 국회에서 감당해야 할 새 정치의 실체가 제시된 셈이다.

이번 총선에서 나타난 민의는 오만하고 편협한 박근혜 정권에 대한 심판인 동시에 정치권이 환골탈태해야 한다는 준엄한 명령이다. 국민의당은 한계가 너무 많다. ‘호남 자민련’으로 불릴 만큼 지역적으로 편중됐고 당의 노선과 정책도 명확하지 않다.

구성원의 성향은 극과 극이다. 더민주 지도부와의 갈등으로 한 지붕에 모였을 뿐이다. 안철수, 박지원, 정동영, 천정배 당선자 사이의 공통점은 찾을 길이 없다.

그럼에도 국민들은 국민의당에게 신성한 의무를 지웠다. 그건 '또 다른 기성 정당'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게 그 전제다. 가치와 명분, 그리고 진정성까지 겸비한 참신(斬新)한 정당이 되라는 의미다. 이제 20대 국회는 소모적 정쟁이 아닌 대화와 협력을 통한 생산적 의정활동을 펼쳐야 한다.

국민의당과 안철수 공동대표가 지금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은 퇴색한 의회주의의 복원이며 생기를 잃은 민생 활력의 회복이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공언한 대로 제20대 국회에서는 우선 양극화된 이념정치를 극복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하며, 나아가 정치권의 무능으로 피폐해진 민생을 다시 보듬어야 한다. 건전한 제3당이 다수 의석의 제1당과 제2당을 선도하는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한다.

한 가지 유념해야 할 대목은, 국민의당과 안철수 공동대표는 행여라도 자만해서는 안 된다 사실이다. 민심의 뜻을 정확히 읽고 겸손하게 받들지 않으면 4년 뒤 총선에서 지금의 새누리당 신세로 전락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국민의당, 민생국회를 선도하는 큰 역할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