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생명을 구하는 빈 손(手)
[기고]생명을 구하는 빈 손(手)
  • 보령뉴스
  • 승인 2014.09.25 17: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보령경찰서 112상황팀 경장 이홍욱

생명을 구하는 빈 손(手)

내가 누군가의 손을 잡기 위해서는
내 손이 빈손이 되어야 한다.

내 손에 너무 많은 것을 올려놓거나
내 손에 다른 무엇이 가득 들어 있는 한
남의 손을 잡을 수 없다.

소유의 손은 반드시 상처를 입으나
텅 빈 손은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한다.

- 정호승의 ‘내가 누군가의 손을 잡기 위해서는’ -

국민의 생명과 신체, 재산을 보호하는 것을 업(業)으로 하는 경찰이라는 직업을 가졌음에도, 힘든 여건 속에서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먼저 생각하며 따뜻하게 손을 내미는 사람들을 보면 왠지 두 손을 가득 채우려 노력하는 내 모습에 고개가 숙여지곤 한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수줍게 내밀 손 하나 쯤 비우고 살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일까?

우리는 이런 이타주의적인 모습으로 살아가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이기적인 성향으로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가장 심각한 이기주의는 허위와 거짓에 있다. 허위란 “자기가 진심이라고 믿지 아니하는 일을 타인에게 진실인 것처럼 믿게 하는 고의적인 행동”으로 정의된다. 뭔가를 소유하고자 할 때 사람은 허위와 거짓으로 남을 속이고 상처를 입힌다.

112종합상황실에 근무하는 필자는 제복을 입고 있는 동안만이라도 시민들의 손을 잡기위해 빈손이 되려고 노력한다. 텅 빈 손만이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기에. 내 두 손으로 급박한 신고를 접수받고, 일초라도 빠르고 정확하게 전파하여 경찰관을 현장에 빨리 출동시키는 것이 상황실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보령시민들과 손을 잡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허위와 장난으로 우리가 내민 손을 뿌리치는 사람들이 있다.

술에 만취해 밑도 끝도 없이 “살려 달라”라고만 하고는 집에서 편히 잠을 자는 신고자, 평소 불만을 품고 있던 업주를 골탕 먹인 요량으로 “업소 내에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신고한 30대 여성, 주취상태로 지구대, 파출소에 상습적으로 와서 밤샘근무로 피곤한 경찰관에게 욕설을 하는 사람 등 남을 배려하지 않는 이기적인 행동으로 인해 진정한 도움의 손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가져다주는 사람들이 그렇다.

이런 이기적인 사람들에겐 또 다른 강력한 제3의 손이 필요하다. 경범죄처벌법(6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과료),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가 그것이다. 무고한 시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범죄행위에 이정도의 손맛(?)은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보령경찰서 112상황팀 경장 이홍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