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경력단절여성, 전업주부가 일자리를 찾아가는 과정
[기자수첩] 경력단절여성, 전업주부가 일자리를 찾아가는 과정
  • 김미선 기자
  • 승인 2019.08.01 1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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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강사다. 좋게 말하면 1인 기업을 꿈꾸는 프리랜서 강사이고, 그냥 말하면 파트타임 알바 강사이다. 나는 요즘 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여성가족부 직업훈련 프로그램으로 경력단절여성들에게 SNS홍보마케팅을 가르치고 있다.

▶어르신들에게 SNS교육, 스마트폰교육을 하는 필자 

나는 요즘 스스로 감격스럽다. 왜냐하면 나도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경력단절 여성이었고, 수강생들이 앉아 있는 그 자리에 아이 유모차를 발로 밀어가며 전업주부로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보령이라는 타지에 내려와 육아에 동참해 줄 지원군 한 명 없이 덜렁 아이 둘을 키우며 변변한 직장에 취직한다는 것은 꿈조차 못 꾸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김미선기자

그래서 아이들을 어린이집이나 학교에 보낸 후부터 여성인력개발센터에 다니며 셀 수 없이 많은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각종 자격증이며 수료증을 받았지만 역시나 아이들을 키우면서 직장을 잡는데는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그래서 찾기 시작한 것이 파트타임 일자리였고 우연히 다문화센터에서 한국어 강사 일을 하게 되면서 교육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도 받고, 조금씩 교육 관련 강사 일을 시작하게 됐다. 4차산업혁명시대가 온다는데 앞으로 인생100세시대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노년에 관련된 공부를 하다가 ‘4차산업혁명 200배 즐기기’라는 책을 공저로 출판하기도 하였다.

▶중학교에서 4차산업혁명과 미래직업에 대해 강의하는 필자

혹시 어떤 일자리를 얻을 수 있을까하는 마음에 여성인력개발센터에 다니며 받은 많은 수료증과 자격증들은 실제로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들이 많아 여성인력개발센터라는 기관에 대해 잠깐 회의적인 생각을 가진 적이 있었다. 남편이나 지인들에게 '맨날 배우러만 다니냐'는 말을 들을 때는 서글프기도 했지만 아이를 키우며 내가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일은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무엇이든 배우는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보니, 그 과정들은 나를 찾아가는 소중한 과정들이었던 것 같다. 내가 직업적으로 무엇을 잘 하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흥미있어 하는지 평생 한 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었는데 아이들 덕분에 전업주부로 지내며 그 과정을 체험하고 나에게 맞는 일, 좋아하는 일들을 찾아낸 것이다.

요즘 나는 소박한 꿈을 가지고 있다. 고령층의 디지털문맹 해소와 소상공인 온라인마케팅 관련 일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인생100세 시대, 초고령화시대에 4차 산업혁명 기술의 발달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되어가고 있어, 현재 우리나라 60대 이상의 중장년층은 자칫 디지털문맹이 될 확률이 매우 높은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교육부의 평생교육 정책도 시대의 흐름에 맞춰 문해교육의 방향을 문자해득교육에서 정보문해교육, 생활문해교육으로 서서히 방향을 바꾸고 있다.

나는 초등학생과 중고등학생, 젊은 여성들, 노인들에게 SNS와 스마트폰교육을 하는데 그들을 만나보면 한 사회에서 10대와 노년층의 세대격차와 이질감이 갈수록 심각해져 간다는 느낌이 들어 안타깝고 어찌해야 할지 답답할 때가 많다.

 

▶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전업주부로 교육을 받다가 지금은 강사로 가서 교육하는 필자 

 요즘 나와 같이 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SNS홍보사무원 과정을 공부하는 수강생들은 어린 아이들을 키우는 주부들과 아이를 다 키운 40~50대 주부들이 많다. 그들은 블로그,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카카오스토리 등 각종 SNS활용, 각종 스마트폰 앱 활용, 구글 드라이브, 공유문서 활용, 클라우드 활용, 센스있는 동영상 제작, 유튜브 영상 제작, 태그 활용, 포토스케이프 활용 등 SNS마케팅에 필요한 도구들을 차근차근 공부해 나가고 있는데, 초롱초롱한 눈으로 수업에 집중하고 깜짝 놀랄 센스와 참신한 감각으로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 전업주부로 아이만 키우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인재들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불과 몇 년전에 전업주부였던 내가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사회를 위해 소박한 꿈을 꿀 수 있는 것처럼 그들도 나와 같은 과정을 천천히 거치며 자신의 꿈을 향해 재능을 펼칠 때까지 한 발 한 발 나아가기를 바란다.